지난주만 해도 뉴욕의 날씨는 한겨울이었는데 금주들어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길고도 지리했던 지난 겨울은 눈도 많았고 지독스럽게 춥기도 해 가뜩이나 불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울쌍 짓게 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자연의 법칙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새 봄을 가져다 주었다. 역시 봄은 좋다. 지난 겨울의 억눌림에서 벗어나는듯한 자유감을 이 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 같다.
봄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전환기이다. 동양에서 봄의 시작으로 본 입춘은 2월 4일이었고 서양에서봄의 첫날로 보는 춘분은 3월 21일이다. 아마도 동양인들은 봄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으로 이미 봄을 맞이하기 때문에 입춘이 이렇게 빨리 오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매우 합리적이기 때문에 봄이 온 것을 확인한 후에야 봄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입춘과 춘분 사이에서 봄의 시작을 느끼고 있다.이 봄에는 만물이 죽음에서 소생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새 싹이 돋아나고 마른 나무에서 움이 튼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사람들의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봄은 여인들의 옷차림에서 온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투박하고 무거운 옷을 벗어던지고 밝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경쾌해진다. 이런 사람들을 보는 마음도 즐겁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
봄에 부는 바람은 부드러운 훈풍이다. 살을 에는 겨울의 찬바람이 아니고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도 아니다. 살갗에 부드럽게 닿듯이 마음을 가볍게 흔들어 놓는 훈풍이 봄바람이다.
봄의 색깔 또한 부드러운 색깔이다.초록빛 잔디와 무성한 잎이 되기 전에 새싹은 연두빛 자연을 만들어낸다. 거기에다 아직 활짝 피지 않은 꽃망울도 부드러운 색깔이다. 봄볕은 여름처럼 뜨겁지 않은 따사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자연현상을 느끼게 하는 봄은 소생과 젊음을 상징하고 희망을 약속하는 계절이다. 사람의 인생에도 이런 봄이 있다. 약동하는 젊음과 희망을 마음껏 누리는 청춘시절이 바로 인생의 봄인 것이다. 고교시절 교과서에 나온 ‘청춘예찬’이란 글이 그 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몰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청춘이 저 멀리 사라지고 난 훨씬 후에야 그 시절이 좋았던 것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봄이나 인생의 봄이나 봄은 모두 좋다. 수많은 시와 노래와 문학작품이 자연의 봄과 인생의 봄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자연의 봄은 사계절의 순환에 따라 다시 찾아오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의 몸은 늙고 쇠약해져 활력을 잃고 병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젊음을 되찾기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이며 약을 찾는다.
한방의 각종 보약과 정력 강정제가 그런 것들이며 양약으로 비타민과 호르몬제가 그런 것들이다. 최근들어 바이아그라가 인기 높은 것도 회춘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음식과 약으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는 가능한 듯 하지만 영구히 청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에 봄이 오면 생활이 화창한 봄날처럼 밝아지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고 몸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움츠려진 마음, 부정적인 마음, 걱정하는 마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마음에 부드러운 훈풍과 따사한 봄볕이 가득 채워지면 그것이 바로 청춘이요, 회춘일 것이다.
하루 하루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새 봄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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