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객차 안에 갇혀 불꽃 속에 죽어 가는 몸부림이 마치 지옥의 아비규환을 연상케 하여 영혼마저 저승으로 탈출치 못하고 육신과 함께 녹아 내리는 참경이 악몽 같은 섬뜩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인간의 소행으로 아직은 살아야 할 나이에 가족과 해야 할 일을 남겨두고 순식간에 유명을 달리한 그들의 허무한 흔적에서 우리는 삶의 불안감과 허망함을 맛본다. 그래서 하필 그 날 그때 거기 있다가 화를 당해 죽음을 예견치 못한 인간의 한계성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믿는 것이다. 특히 방화범이 불특정 사수를 자살동반자로 선택하여 범한 반사회적 범죄심리가 너무 사악하고 끔직하여 반도덕적 반종교적 죄악이라는 데서 우리는 현대인의 병든 정신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있다.
인간이 범하는 최대의 범죄는 역시 자살테러와 전쟁이다. 민족간, 종교간 또는 종족간의 전쟁에 증오, 원한 복수심 등 인간이 품고 있는 모든 독기가 엉켜 발작하는 집단 히스테리는 대량의 인명 살상과 파괴는 물론 강간, 약탈 고문을 수반하고 수많은 고아 과부 불구자 질병 기근 등 인간에게 총체적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초읽기하고 있다. 유엔과 세계 각국의 드센 반대와 충고에도 불고하고 사담 후세인을 이라크의 권좌에서 제거키 위한 전쟁이라면 빈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지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유엔이 약한 이라크를 무장 해제시켜 놓고 있으며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최첨단 살상무기로 침공한다면 이는 강자의 횡포요 도덕적 종교적 죄악이기도 하다.
모두가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하려 한다고 한다. 이라크의 석유 개발에 동참하고 있는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과의 갈등이 심상치가 않다. 상호간의 비방과 상품 불매운동으로 국민 감정마저 대립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지구촌의 하늘과 땅위와 땅 밑까지 지배하려 하다면 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불길한 예감이 머리 속을 스친다.
미국은 피할 수 있는 전쟁에 대국다운 금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엄청난 돈을 들여 전쟁을 하고 또 돈을 들여 복구 재건하려 하는 그들의 모순성은 무엇으로 설명될까?
남진식/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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