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시절 불의사고로 하반신 마비
인권변호사로 재기하는데 묵묵히 뒷바라지
나이들고 건강 않좋아지니 "자나깨나 걱정"
퀸즈 하워드 비치에 거주하는 이해윤(65), 이미지(60)씨 부부는 요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슬하의 자녀 1남1녀 중 외아들(스티븐 리, 35) 때문이다.
스티븐 리는 13년전 사고로 불구가 돼 항상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오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의지를 발휘, 현재 뉴욕주 정부 사무실에서 인권국 법무관으로 인권변호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 아들을 이씨 부부는 늘 곁에서 돌봐주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신들이 병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아들의 장래 문제로 큰 고민에 빠져 들었다.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빠지자 자신들의 생이 언제 마감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아들의 배우자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고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들 스티븐 리는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줄곧 우등생이었다. 그리고 명예로운 National Society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빙햄턴 주립대에 재학하며 버팔로 주립대 법대에서 입학허가를 받았었다. 그는 공부는 물론 고교 육상선수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그러나 이씨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쳐왔다. 빙햄턴 대학을 졸업하는 해인 지난 90년 장차 국제변호사가 되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을 공부하고자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 유학갔다 1개월 뒤 불의의 변을 당했다.
어느 날 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기 위해 파킹장으로 가는 순간 불량배들의 습격을 받았다. 이를 피하려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하반신 마비의 몸이 되고 말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실의와 좌절, 그리고 한없는 슬픔 속에서 생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스티븐 리씨는 자신의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우한 이들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94년 졸업 후부터 연방정부 파산국에서 판사산하의 국선변호사로 2년, 연방정부 사회 보장국에서 2년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어 뉴욕시장으로부터 뉴욕시 재정국 판사로 임명돼 2년간 일했다. 이어 현재 뉴욕주 인권국에서 유일한 한인 인권변호사로 회사나 가게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람, 억울하게 해고된 근로자, 진급을 정상으로 못하고 있는 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절망을 딛고 이처럼 의연하게 일어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들이 눈물겹도록 고맙고 대견스러웠고 지금까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보살펴왔다. 그러나 이씨 부부는 몇 해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들을 보살피기가 점점 힘에 겨워지고 있다.
남편 이해윤씨는 간이 나빠 지난해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론 가벼운 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후유증도 많아 지난해 말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퇴원했으나 여전히 몸이 좋지 못해 겨우 걸음을 뗄 정도다.
물론 해오던 세탁소도 병이 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인 이미지씨 마저 71년 이민온 후 지금까지 줄곧 해온 간호원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스트레스로 고혈압에 당뇨병까지 겹친데다 설상가상으로 일하던 도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허리를 다쳤다. 더 이상 병원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씨 부부는 정부로부터 각각 불구판정을 받아 이제는 더 이상 힘든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스티븐 리씨는 본인이 손으로 작동하는 특수 장치를 가진 자동차를 타고 출, 퇴근하고 있다. 집에 오면 먹는 것에서부터 옷이고 샤핑이고 모두 다 지금까지 이씨 부부가 보살펴왔다.
"집에 오면 밥이나 빨래도 해주고 모든 것을 도와주는 손길이 필요한데 아직은 우리가 있으니 괜찮지만 더 이상 힘이 없어지면 누가 그 일을 해 주겠습니까." 이씨 부부는 다니는 퀸즈성당에서도 자나깨나 아들의 배우자가 속히 나타나기를 기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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