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은 대개 전문직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분야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생선에 대해 전 생애를 걸고 있는 한인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김진문(55. 커네티컷 웨스트 헤이븐)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선박사라 불린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직장생활을 한지가 무려 30년이나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김씨는 생선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75년도에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78년도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이어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식품 가공학을 공부했다. 결국 생선에 관한 관심과 열정은 그를 로드아일랜드 주립대 사우스 킹스턴에서 식품 가공학 부문 가운데 해양가공 식품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하게까지 만들었다.
그의 생선에 대한 경지는 각 대학이나 관련분야 회사에서도 한 수 접어준다. 메인 주립대학에서 식품 가공학과 조교수로 3년, 미시시피주립대에서 식품가공학과 소속 해양 식품 연구소 소장으로 6년, 러시아 생선회사 글로벌 씨 푸드 노스 어메리카사에서 기술 담당 분야 디렉터로 이 회사가 문을 닫기 전까지 6년간 일을 했다. 얼마 전까지는 몸담았던 스톨트 씨 팜(stolt sea farm inc.)사의 기술 개발과에서 연어에 관한 새로운 공정 기술개발 및 신선도 유지 담당 전문가로 일해왔다.
마지막까지 일하던 스톨트 씨 팜은 노르웨이에 본사를 두고 한국이나 일본 등 세계 각 나라에 연어 양식장을 둔 거대한 생선회사이다. 그는 이제까지 해온 생선품질관리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남은 인생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힌다.
"남들이 안 하는 생선에 관해서 연구하고 분석하고 개발하고 가르치는 일이 즐겁습니다."지금 시대는 독특한 분야에 뛰어들어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앞설 뿐 아니라 열심히만 하면 그 분야에 권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한인들이 뛰어든 분야가 대부분 비슷하므로 자기만의 독특한 분야를 찾아내 계속 연구 발전시키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미국 와서 이제까지 한인이 거의 없는 지역에 살아 왔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직장생활을 해온 곳도 백인 중심 지역이라 인종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미국에서 사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말할 수 없는 외로움과 싸워야 했고 미국생활에 대한 적응, 미국인들과의 관계, 사고방식에서도 남모르는 고충과 갈등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상관이나 동료들로부터 인종적 문제로 당해야 하는 차별, 심한 경우 자신이 고용한 부하로부터 불평이 접수되어 인권국으로부터 신문을 당한 일도 있었다.
이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좌절감고 분노를 느껴 모든 걸 다 접고 그만 한국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자신에게 놓인 분야에 최선을 다하며 극복해냈다. 어려운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사람들과 좋은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고 미국인들과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 겸손, 양보, 깨끗한 처신, 조심스러운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1세에 비해 언어에서 핸디캡을 갖지 않은 2세라 할지라도 정체성을 적절히 지켜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야만 직장에서도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고국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김씨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미국과 유럽, 일본시장 등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펼쳤으면 한다. 특히 생선과 미생물을 조화시킨 혁신적인 식품을 개발해 한국식품산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오로지 생선과 함께 살아온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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