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책에 있던 후임자라는 것이 있다. 그 자리에 후임자가 자리하면 당사자는 전임자가 된다. 그런데 후임자 중에는 후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후임자와 후계자는 일견 같은 뜻이나 분명히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후임자는 단순히 전임자로부터 그 직책을 인수 인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수평적 이동의 개념을 갖는다. 그러나 후계자는 직책을 인수한 후임자라는 점은 같지만 수평적이라기보다는 수직적 이동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후임자는 직책을 인계한 전임자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후계자는 전임자로부터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면 누가 왜 후임자보다 후계자를 선택하는가?
물론 후계자를 원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정치적으로 후계자가 필요한 사람들은 퇴임 후의 신변보호의 안전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의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후계자는 어떤 경우이든 전임자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그래서 후계자는 능력보다는 혈연 또는 지인이 우선이며 그 다음은 보험이 되어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노태우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보험의 필요성이 큰 이유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도 보험의 필요성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후계자가 후계자로서가 아니라 후임자로서의 독립적 선언을 할 경우 보험은 자동 파기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험의 상실로 인해 유배와 투옥되는 수모를 겪었다.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이면에는 후임자보다 후계자로서의 보험적 성격의 의미가 큰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순수 후임자를 선언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보험을 잃게 되는 불행을 겪게 될지 모른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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