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관광에 나선 한 유럽인이 시내 곳곳에서 나부끼는 성조기를 보고 안내인에게 “오늘이 무슨 경축일이냐”고 물었다. 미국 안내인은 아무 날도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 유럽인은 “저기를 좀 보라. 곳곳에 성조기가 걸려있지 않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라는 것이다.
이 말에 미국 안내인은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세계각처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나라이므로 통일된 것이 없다. 단지 있다면 하나는 헌법이고, 다른 하나는 성조기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성조기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적인 반전여론 속에서 이라크와 어려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똑같은 반전 시위대를 매일 매일 맞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기간이 당초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내의 우려와 긴장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이 나라에 국민정신 즉 애국심이 요구되는 때이다.
한국은 국민정신을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은 프로그마티즘의 오랜 역사 속에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미국의 국민정신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치적과 건국이념에서 구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법앞에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에서 구한다.
이런 것이 이 나라의 국민정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은 반전데모를 하고 비판하고 그러다가도 모든 걸 다 접고 위기 시에는 힘을 모으는 그런 것을 애국심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한국은 나라를 위해 무슨 큰 일을 하다 숨진다거나 어떤 위대한 일을 했을 때 영웅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하다못해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불길에서 구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영웅으로 간주한다.
최근의 전쟁을 다루는 보도에서도 미국인들의 국민정신은 작은 것에서 애국심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야전병원의 인터뷰에서도 부상병이 “바로 몸이 나으면 다시 전투로 돌아간다”고 하는 모습이나,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아이를 두고 전쟁에 뛰어갔다고 하는 병사의 말, 이런 것들이 바로 애국심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은 일상 속에서 수고와 헌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격려하는 일에 매우 인색하다. 국가적인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다거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미국은 위급 시에 대통령의 결정에 여야를 초월해서 온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은 종종 국가적인 위기 앞에서도 당리당략을 위해서 마음들이 나뉘어지고 정책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곤 했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국민정신, 그리고 애국하는 마음은 이처럼 현저하게 다르다. 요즈음 한인동포들 사이에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부시가 실패했어” “부시는 안돼” “미국도 이제는 뜨거운 맛을 봐야돼” 하면서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언행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지금 이라크전 파병 문제를 놓고 국론 통일이 되지 않은 가운데 방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진정한 나라 사랑이 무었일까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우리는 미국 사회의 공동체의 일환으로서 미국의 정책과 흐름을 초월해서 살수 없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소속이 없는 백성으로 혹 갖게되는 냉소와 무관심이라고 본다. 우리 주변에 자녀를 전쟁터에 내보내고 마음을 졸이는 부모들이 있다.
우리의 나라 사랑은 이들의 염려를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 더 나아가 속히 전쟁이 종식되어 무고한 생명이 피흘리고 죽어가는 일이 하루 속히 끝나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작은 나라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