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되고 며칠 후, 집에 들어왔더니 딸아이가 한가로이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이라크에서는 지금 한창 전쟁 중일텐데… 이라크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이라크 아이들에게 안된 마음이 들었다.
전쟁의 소식이 궁금해서 텔리비전을 틀었다. 거기에는 연합군 전사 소식이 흘러나왔다. 이라크 군인들이 죽었다는 소식에는 별 감각이 없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의 병사들이 죽었다는 소식에는 걱정이 되고 슬펐다.
만약 한인병사가 죽었다면 더할 것이다. 그런 나 자신에 대해 깜짝 놀랐다. 전쟁을 하면 상대방이 죽고 다치는 것에 대한 쾌감 같은 것이 있다. 마치 운동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우리가 이기면 상대방이 더 많이 죽고 불행하게 되는 것인데도 이기기를 바란다. 그래서 전쟁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영화가 있다. 월남전을 무대로 한 영화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말한다. “난 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적을 죽여야 한다. 적군의 소나 돼지 아이들까지도. 전쟁에선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내가 죽인 사람이 몇 명인가? 교통위반 딱지를 떼듯 사람을 죽인다.”
미군 지휘관은 마을을 폭격하고는 마을 앞 강에서 윈더셔핑을 즐기려 한다. 마을을 완전히 박살을 내고 피 냄새를 맡으며 승리의 냄새라고 한다. 전쟁 중에 마약을 한다. 두려움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그들은 살인광이다. 그러면서도 “지옥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미국은 사상 최대로 허무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쟁 중에 미군 병사와 잠시 사랑을 나눈 여자는 “당신에게는 두 가지 면이 있어요 사랑도 하고 살인도 하지요”라고 말한다.
이 영화 속에서 말해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데 처음에는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이 있지만 자꾸 죽이다 보면 쾌락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며 전쟁은 곧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묵시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참전중인 아파치 헬기 조종사의 일기를 보았다. 그는 자신이 미친 듯이 폭탄과 총을 쏴대면서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돌아왔던 일을 회상하며 죽음의 공포 속에 지냈던 순간들을 적었다. 그의 표현은 모두가 미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잠시라도 지옥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연합군과 이라크군이 죽을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죽는 것일까?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전쟁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9.11 테러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그리고 이번 전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인가?
성경은 예언하고 있다. “이제 이 세상은 지진과 온역과 전쟁의 소문으로 가득 찰 것이다. 미움은 더욱 심해져서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끝까지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이 나를 미워해도 나는 사랑으로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을 미워하면 내 마음이 지옥으로 화하는 것을 경험한다. 사랑만이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전쟁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 전쟁이 적은 희생으로 빨리 끝나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가 또 다시 지옥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나라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또한 살인적인 무더위와 모래 폭풍 속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긍휼이 임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김수철 목사
거리 선교회 대표 (www.street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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