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해방 전쟁은 결론이 나고 있다. 연합군의 승리이며 한편 미국문명의 승리다.
미국은 명실공히 유일 초강대국으로 자리했다. 몇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기는 해도 세상은 앞으로 미국의 주도 하에 인류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람들은 미국 문명의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역사학자나 사회학자들도 분주히 관련한 주장을 내 놓고 있다.
과연 미국 문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사는 미국이고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문명은 생성 발전 소멸의 과정을 갖는 유기체적 성질을 갖고 있다고 정의한다. 지구상의 모든 문명은 이러한 과정을 피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미국문명도 예외적 경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혹자는 문명의 축이 이동해 왔다는 문명의 서진론 이론에 대입하여 문명의 축이 태평양을 건널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법에 고무되어 한국이 미래의 문명의 축일지도 모른다는 야무진 예측을 하기도 한다.

한편 최근에 나타나는 중국의 변화를 보고 중국일지 모른다는 제법 그럴듯한 가설도 있다.
아직 미국 문명의 몰락을 예측하기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집트 문명이 삼 천년 로마 문명이 천년이나 지속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이제 200년을 넘긴 미국 문명은 초 년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은 환경의 도전으로 시작하며 창조력이 약화될 때 몰락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력이 지속된다면 문명은 몰락을 피하거나 가능한 한 지연시킬 수 있다는 반대의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은 다른 문명들과 달리 분명하게 충분히 창조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벌써 미국문명이 일부 로마문명의 말기 현상과 일치하는 점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미국 문명은 이전의 문명들과는 달리 창조력의 유지 외에도 몰락한 문명들의 교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그러면 미국문명은 안전할 것인가? 아니다. 미국 문명도 비록 시간이 지연될 지는 몰라도 몰락의 과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 문명의 몰락은 한 문명의 몰락이기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멈추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금의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은 한 문명의 말기적 현상이기보다는 인류의 말기적 현상이 아닌가의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