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이 온통 원을 그리며 탁탁 터진다. 붉은 색이 기둥처럼 치솟고, 초록빛 불꽃이 하늘로 오르다가 아쉬운 꿈처럼 스르르 사라진다. 태극문양 마크가 100이라는 글짜를 양옆에 끼고 불타듯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민 100주년 음악축제! 오, 내가 살아 있음이여, 숨결이 멎을 둣 이렇게 감사하고 삶이 고마울 수 있을까.
할리웃 보울의 1만 8,000의 스탠드는 벼이삭처럼 출렁이는 물결의 바다였다. 성조기와 태극기가, 가수들이 부르는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아름다운 율동처럼 좌우로, 위 아래로 나붓거렸다.
하와이에 첫 발디딘 사탕수수밭 이민자들이 뿌린 씨앗들이 여기까기 민들레 타고 날아왔네.
오늘, 이 살랑거리는 봄, 4월 저녁 하늘 아래 다 함께 모였네. 청년도, 중장년도 어린아이 손잡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모두 왔다네, 방석들고 담요 메고 김밥, 떡 과자 가지고. 향긋한 와인과 구수한 커피, 은은한 차 내음이 주위를 둘러 감싸는구나.
우리 여기까지 오느라고 100년의 땀과 눈물과 아낌없는 노고 다 바쳤지. 이젠 한가로이 이마의 땀 닦으며, 한숨 걱정일랑 한꺼번에 하늘로 다 날려 보내도 좋겠지.
‘오, 필승 코리아’의 씩씩하고 늠름한 윤도현, 발라드의 산뜻한 신승훈씨는 웃도리 벗어 제끼고, 흰셔츠 차림으로 흥을 돋우어 주었다. 깜찍한 귀염둥이 장나라와 보아양, 미남형의 모범생같은 성시경, 세계적인 바리톤 성악가 김동규씨의 망향과 후니쿨라 후니쿨라, 김영미씨와 2중창으로 부른 축배의 노래는 막혔던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청량제 같았다.
트로트의 정상인 태진아와 주현미씨는 관중석에서 나타나는 친근감을 보였다. 가창력이 뛰어난 이선희씨 역시 시원했다. 열정적인 박진영, g.o.d. 마지막을 장식한 국민가수 패티김의 풍부한 제스처는 친숙한 그대로였다. 딸 카멜라와 같이 불러서 더욱 그랬을까
흑인 크렌셔 합창단의 ‘손에 손잡고’ ‘오 해피 데이’는 이날의 감흥을 한층 일궈 주었다. 여자 지휘자의 재미있는 몸 놀림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우리의 태극기와 성조기가 다시 한번 힘차게 휘날렸다.
정규 프로그램이 끝난 후, 초청 가수 모두 무대에 나와서 ‘대한민국 짝짝짝’을 외치고, ‘오 필승 코리아’’젊은 그대’ ‘아리랑’등을 부를 때에는 관중 모두 우리가 한국인임이, 그리고 미국에 이민왔음에 더욱 자랑스러워 했으리라.
가슴 뭉클함에 그만 목이 메고 말았다. 너도, 나도 다 함께 자리를 뜰 줄 모르고, 헐리웃 보올의 봄 밤은 이렇게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안순희/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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