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위인 누나는 동생을 ‘욕심꾸러기’라고 했다. 올해 13세인 송민엽(라이언학교 7년)군이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데다 한번 작정한 일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에 오기 5년 전 한국에서 성남 분당에 살 때 ‘화가가 되고 싶다’며 미술학원에 다녔는가 하면 ‘도복 입은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태권도를 배워 파란 띠까지 매봤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으면서 오히려 욕심이 더 많아진다.
뉴욕에 와서는 ‘멋있고 악기가 재미있게 생겼다’며 어머니(한진희씨)를 졸라 바이올린을 배우는가 하면 또래 아이들처럼 컴퓨터 게임에도 심취하고 있다. 자신 있는 게임은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라면서 "혼자서 적을 102명까지 죽여봤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스포츠도 한가지에만 만족하지 못해 매일 학교에서 돌아온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일주일에 4번은 농구도 한다. "축구는 차는 게, 농구는 슛하는 게 재미있다"는 아이다운 간단명료한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발명가"라고 한다. "발명왕 에디슨처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개발해서 도와주고 싶어요. 발명가의 도움이 없다면 사람들이 사는데 불편한 게 많잖아요"라고 어른스럽게 대답한다. 2층의 방을 보여주면서 아버지(송계수씨)가 한국에서 사 준 과학전집을 가장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했다. 누나인 송현(프랜시스루이스 9년)양은 "민엽이는 아무도 못 말려요. 자기가 하고싶은 거면 꼭 하고 말거든요. 내 말도 안 듣고 해서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견하잖아요"라며 칭찬인지 흉인지 알쏭달쏭한 평을 했다.
이렇게 욕심 많은 민엽이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한다. 한인 극단 ‘판’(대표 이재현)이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한미문화센터, 콜든센터 주최로 오는 16, 17일 퀸즈칼리지 콜든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흥부와 놀부’에 출연하는 것. 특히 이 뮤지컬은 한국 전통예술인 판소리 12마당 가운데 하나인 ‘흥부가’를 개작한 영어 작품으로 주류사회로부터 깊은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민엽이가 맡은 역은 흥부의 5남매 중 맏아들. 곤궁한 시절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부모에게 칭얼대는 절망의 끝에서 박이 터진 뒤 맞는 신비의 세계에서 느끼는 환희까지 극적인 순간들을 노래와 함께 연기를 해야 한다. 이재현 대표는 "지난해 3월 한국어로 공연한 ‘빨강머리 앤’에서 주인공의 남자 친구인 길버트역을 맡기도 했는데 또래의 어린이들 중에는 가장
연기도 뛰어나고 대사와 감정표현이 아주 정확했다"고 칭찬한다.
물론 민엽이의 꿈은 뮤지컬 가수도 아니다. 어른들 잣대로 섣불리 예술적 재능을 재보기에는 아직 어리다. 그러나 민엽이는 오늘도 축구와 농구,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노래도 불러보고 악기도 만지고 붓도 들어본다. 침대에 뒹굴면서 좋아하는 책 ‘해리포터’를 읽다가 눈을 감고 자신이 마술사가 되어 보는 공상에 젖기도 하는 민엽이가 내일은 또 무슨 꿈을 꿀까?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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