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10일만에 빨리 가르칠 수 있다”는 내용의 신문광고를 보았다. 한 때는 주간지를 통해 선전을 하더니 요즘은 일간지와 TV에까지 광고가 나오고 있다. ‘기적의 특수 지도법’으로 10일 내에 한글을 정확히 알고 자신 있게 읽게 한다는 것이 광고의 요지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렇다. 우리 학교에서도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후 10일 내에 읽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하기에 따라서는 더 빨리 한글을 깨우치는 아이도 있다. 한글은 그만큼 과학적인 글이다. 아이들을 매일 한 시간 이상 열흘 동안 계속해서 정성을 다하여 지도한다면 기적이란 걸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신문이나 책을 소리내어 읽을 수 있지만 그 뜻을 모른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어의 알파벳과 발음기호를 익힌 다음 영어를 줄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영어를 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자녀들을 위한 한글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 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에 왕도가 없듯이 기적 또한 없다. 한국어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부모들이 가능하면 한국말을 사용하여 아이들이 꾸준히 한국말을 익히게 하고 한국의 친지에게 한글편지를 쓰게 하는 등,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도함으로써 비로소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학교는 단순히 한글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주말 한국학교는 같은 말을 사용하는 또래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공부함으로써, 그리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한 뿌리를 배움으로써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다.
한국인들만큼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민족이 없다고 한다. 빨리 하다 보면 대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삼풍백화점이나 한강다리가 무너졌던 것이 빨리빨리 대충대충 일을 했기 때문임을 우리는 안다. 튼튼하고 안전하게 가는 것이 바른 길이다.
<오렌지카운티 남부한국학교 교장> 정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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