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허가 받고도 선뜻 결정못해
주립·재정보조 많은 사립대 눈돌려
명문사립 대기자들 대거 턱걸이 입학
불경기에 새로 뜨는 대학은? 학비가 싸거나 재정보조를 파격적으로 해줘 학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학들이다. 4년째로 접어든 미국 불경기, 미 전국 대학들은 5월1일로 신입생 선정작업이 거의 끝났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른 해와 좀 다르다. 학비 비싼 사립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들이 ‘얼른 가겠다’고 통지를 해오지 않는 바람에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있던 많은 학생들이 때아닌 불경기 덕을 보게 된 점이다. 대학 최종 선택결정에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이 직결되고 있다.
예전에는 “프린스턴 대학이 아니면 죽는다”는 식으로 미 전국 톱랭킹 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오면 은퇴자금이라도 털어서 비싼 대학 학비를 대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집과 모기지와 모든 것을 팔지 않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상황이 엄청나게 변했다.
다음달 고교를 졸업하는 시니어들은 그동안 꿈에 그리던 대학들을 비싼 학비 때문에 포기하고 주립이나 재정보조를 좀더 많이 주는 사립대학으로 한 단계 낮춰 입학하는 사례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이는 고교 및 미전국 각 대학의 입학 담당 카운슬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하버드 대신 버지니아 주립대학, 코넬 대신 유니버시티 오브 로체스터, 시카고 대학 대신 UC 버클리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목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비싼 사립대학 등록금을 마다하지 않고 지불했던 신흥 부자들을 무더기로 양산했던 90년대 붐 이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이에 당황하는 쪽은 대학 당국들이다. 지원자 대 입학 허가율과 입학허가 학생 대 등록학생 비율을 가지고 대학의 랭킹을 가늠하는 현시점에서 전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돈 때문에 타 대학을 선택하는 바람에 각 사립대학들은 예년에 없이 대기자 명단에서 학생들을 끌어올리기에 바쁘다.
예를 들면 펜실베니아의 벅넬 대학은 지난해에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던 학생중 한 명도 더 입학을 받지 않았다.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 전원이 등록을 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던 30명에게 추가입학 통지를 보냈고 이는 신입생의 3%에 해당한다. 이는 아이비리그 바로 밑 계열 대학인 워싱턴의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부터 애틀랜타의 에모리 대학에 이르기까지 올해 두드러진 새로운 공통 현상이다.
올 명문사립대학 입학 현황가족 경제가 사립대학 입학에 미치는 영향을 몇몇 대학들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버드, 매서추세츠: 3만7,928달러(연간 등록금과 기숙사비). 입학 허가된 학생중 예년처럼 80%가 등록했다. 그러나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올해 9%가 더 늘었다.
◆벅넬 대학, 펜실베니아: 3만5,262달러. 지난해에는 한 명도 없었으나 올해는 대기자 명단에서 30명이 추가 입학됐다.
◆유니언 칼리지, 뉴욕: 3만6,005달러. 대기자 명단에서 학생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50명에게 추가로 더 입학허가 통지서를 보냈다. 그런데도 대기자 명단에서 24명을 더 끌어와야 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워싱턴 DC: 3만9,390달러. 주립대학과의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대기자 명단에서 25명이나 더 입학시켰다.
◆리드 칼리지, 오리건: 3만6,950달러. 재정지원을 지난해보다 더 늘렸는데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학생을 대기자 명단에서 뽑아야 했다.
◆에모리 대학, 조지아: 3만6,872달러. 재정지원을 늘렸는데도 75∼85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끌어올려야 한다.
◆다트머스 칼리지, 뉴햄프셔: 3만7,770달러. 등록을 연기하거나 타 대학을 선택한 학생으로 인해 소수의 몇 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선택할 예정이다.
◆워싱턴 앤드 리 대학, 버지니아: 2만8,955달러. 지난해보다 대기자 명단에서 올라오는 학생이 줄었다. 타 대학보다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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