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인 지난 11일 뉴욕의 플러싱에서는 색다른 잔치가 열렸다. 뉴욕지역의 한인단체들과 한인 의료인들, 뉴욕시 노인국과 미국 금융기관들이 마련한 경로 잔치 였다.
연예 공연과 장수무대, 건강축제에 점심식사와 경품을 제공한 이 잔치에는 1,500여명의 한인노인들이 참석했다. 아마 뉴욕에서 열린 경로잔치 중 가장 많은 노인들이 모인 잔치였을 것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공중보건위생이 개선되고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후의 생활대책과 건강문제, 소외감을 극복하는 일이 나라마다 사회적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의 노년인구가 1900년에는 300만으로 전체 인구의 4.1%이던 것이 1950년에는 1,200만으로 전체의 8.1%, 2000년에는 3,500만으로 전체의 12.4%로 늘어났다. 평균수명은 남자가 74.2세, 여자가 79.9세로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만 16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들로 인한 사회적 부담도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의 생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65세가 되면 전액 혜택을 주던 사회보장제도의 연령이 상향 조정됐다. 1937년 이전 출생자는 종전처럼 65세부터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출생자들에게는 혜택 연령을 점차 높여 1943년부터 1954년 사이의 출생자는 66세, 60년 이후 출생자는 67세가 되어야 전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고령화 현상에 따라 미국에서는 대부분 직장의 은퇴 연령이 65세였으나 70세까지 연장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노인이 되면 가장 힘든 것이 3가지이다. 첫째, 수입이 감소하여 경제생활이 어려워지고 둘째, 건강이 악화되어 질병으로 고통을 받게 되고 셋째, 사회생활과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어 고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노인3고라고나 할까. 노인이 되면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이런 고통을 맛보게 된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노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중반에 이민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민 정착을 위해 애쓰다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하니 벌써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것이다. 이민 초창기에 30대, 40대의 한창 나이로 이민 온 사람들이 지금은 60대, 70대의 노인들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노년을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놓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문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50대 이후부터 심해지는 노화현상과 각종 성인병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노인들을 괴롭힌다. 미국에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같은 의료보험제도가 있어 질병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노인들을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지는 못한다.
노인들이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후 겪게 되는 소외감도 미국에서는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한인들의 생활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데다 미국의 가족환경이 한국보다도 더 핵가족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자녀가 당연히 노부모를 모시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보편적이다.
자녀가 여럿이 있는 노인들이 따로 살거나 양로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노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한인 이민자들의 노년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람의 한평생에서 초년, 중년의 복도 중요하지만 말년 운이 좋아야 복된 인생이라고 한다. 한인들이 이 땅에서 맞는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복된 말년이 될까. 이제부터는 한인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서 노인들의 복지, 보건, 여가시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열린 경로잔치가 1년 365일간 계속되는 노인 천국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