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3주내 논의"에 불붙어… 권력투쟁 양상
영국이 총성 없는 내전을 치르고 있다.
6월 9일 하원의 유로화 가입 여부 결정을 앞두고 찬반 양론으로 갈린 영국 정가와 여론이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데니스 멕세인 유럽장관은 23일 “유로 논쟁이 전면적 내전을 일으킬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고 다른 정치인들은 내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부연했다.
논쟁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17일 유로 가입에 따른 평가 보고서가 나온 뒤 3주일의 가입 논의 스케줄을 제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유로화는 경제적 현안이 아니라 유럽통합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의미한다”고 주창해온 블레어가 이라크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유로화 가입을 밀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등 노동당 반대세력은 불안정한 유로화권 사정으로 볼 때 가입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존 메이저 전 총리도 “블레어가 이 문제를 이용,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논쟁에 가담했다.
유럽 문제가 곧 민감한 국내 문제인 영국 사정상 논쟁이 권력투쟁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블레어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브라운에게 차기 총리직을 제의했다는 설이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 문제가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회의도 나타나고 있다. 블레어도 현 상황이 가입을 결정짓는 최적기가 아닐 수 있다는 데 수긍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재임 중 반드시 유로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블레어의 결심이 확고하고 6월9일 스케줄도 여전히 유효해 이 문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수출입의 60% 정도를 유럽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영국은 다른 회원국들이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채택했음에도 4년째 파운드화를 고수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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