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앞에서 보여줬다
일약 뉴욕 메츠의 희망으로 떠오른 서재응(26·뉴욕 메츠)이 11일 텍사스 알링턴 볼팍에서 메이저리그 선배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상대팀 덕아웃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피칭 시범’을 보였다. 아메리칸리그의 ‘쿠어스필드’로 불리는 구장에서 가공할 파워를 자랑하는 레인저스의 강타선을 자유자재로 요리한 서재응의 투구내용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경기 후 메츠는 물론 레인저스에서도 찬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얼마 전 커리어 통산 500홈런을 돌파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거포 라파엘 팔메로는 “로케이션과 스피드 변화가 아주 좋았다.
피칭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고 레인저스가 차세대 타격스타로 키우는 마크 터세라는 “위압하는 구위는 아니지만 로케이션과 스피드가 수시로 변해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적장인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 임하면서 벌써 (서재응이) 어려운 상대라고 느꼈다”면서 “직구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데다가 수준급 체인지업까지 던지는 그는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감탄했다. 메츠의 아트 하우 감독은 “요즘 경기에 나설 때마다 피칭 클리닉을 보여주고 있다. (부담을 줄까봐) 젊은 선수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이 정도 (호투)는 이제 거의 예상되는 수준이다. 우리 선발로테이션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라며 마냥 흐뭇한 모습이었다.
서재응의 투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빼어난 제구력이다. 평균시속이 88마일 정도의 직구라면 막강 파워의 레인저스 타자들이 입맛을 다실 수준이지만 절묘하게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이 겸비되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도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다음 눈여겨볼 대목인 스피드 및 로케이션 변화를 앞세운 절묘한 투구배합. 체인지업이 아닌 순수한 직구 스피드만 해도 최고 92마일에서 최하 80마일선까지 다양했고 여기에 체인지업과 가끔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까지 가세하자 레인저스 타자들은 다음 볼이 어떤 공이 어디로 들어올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4타석에서 3안타를 뽑아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2타점을 혼자서 올린 아이나 디아스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이날 서재응을 상대로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구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타자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한 4차례 대결은 이를 잘 말해준다. 서재응은 매번 자신의 구질을 믿고 초구부터 시원스런 정면승부를 했는데 로드리게스는 1, 3, 5회에 3연속 안타를 쳤으나 모두 타이밍을 놓쳐 특유의 파워 배팅이 아니라 땅볼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7회 마지막 대결에서 서재응은 복수에 성공했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 스트라익을 꽂아 넣은 서재응은 4구로 상대를 유인한 뒤 5구에 강속구를 던져 헛 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메츠 캐처 제이슨 필립스는 “3구 커브가 스트라익존으로 뚝 떨어져 들어오자 로드리게스와 나는 (기가 막혀) 서로 쳐다봤다. 바로 다음에 날아온 패스트볼은 그를 완벽하게 날려버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추락한 오리지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코리안 특급’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동우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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