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비가 온다며?” “이번 주말에도 마찬가지야!”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말머리가 ‘비’에 관한 것이다.
‘매주 비가 오니 이게 무슨 조화야?’라며 하늘을 탓하는 이들. ‘요즘 날씨가 도대체 왜 그래?’라고 짜증을 내는 이들. ‘주말마다 비가 오니 장사 다 망한다’며 한숨을 쉬는 이들 등등.
몇 개월 째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이틀은 어김없이 비가 오니 짜증도 날만하다.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비가 내리니 주말 골퍼의 얼굴이 울긋불긋 할만하고, 비즈니스 하는 한인들의 탄식도 이해가 간다.요즘 뉴욕에는 비가 너무 자주 내린다.
단시간에 굵은 빗방울을 동반하는 소나기는 하루가 멀다하고 온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동반하는 호우는 물론, 골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뇌우도 만만치 않게 내리고 있다.이 뿐만 아니다. 우리가 ‘호랑이 장가가고’ ‘여우 시집가는 비’라고 일컫는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가 오면 짜증을 낸다. 하늘에 원망하는 소리도 듣게된다. 또 어떤 이는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집으로 가거나 술집에 앉아 날씨 탓을 하기마련이다. 아무리 춥고, 덥고, 비오고, 맑은 것이 자연의 섭리라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는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기우제는 여름 가뭄이 계속될 때 비를 내려 달라고 하늘에 지내는 제사지만, 요즘 같아서는 이제 비를 그만 내려달라는 제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만큼 지긋지긋하게 비가 온다는 말이다.
‘날씨는 생활습관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비로 인해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흐렸다, 맑았다하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너무 비가 자주 오니 깜깜한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에 별이 떴는지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 밖을 먼저 내다보고, TV를 켜서 오늘의 날씨부터 알아본다.
주말에는 일기 예보에 상관없이 자연 관찰을 통해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토요일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어김없이 뒤뜰로 나간다. 개미의 행렬이나 지렁이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개미가 줄을 지어 지나가거나 개미집의 입구를 필사적으로 틀어막으면 비가 오기 때문. 또 피부호흡을 하는 지렁이가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면 비가 온다는 신호니, 골프를 치거나 쇼핑을 가려면 우산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주말마다 비가 잦으니, 비를 알리는 일기예보가 틀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때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당에 나서 먼 산을 바라본다. 집 옆을 지나다니는 LIRR 기차의 기적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먼 산이 뚜렷이 보이거나 기적소리가 똑똑히 들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옆집의 강아지가 자꾸만 땅을 파거나, 고양이가 소동을 부리던지, 새들이 지면을 스치며 나는 모습이 보이면 아예, 외출은 포기하고 집에서 부침개나 부쳐먹기로 한다. 그런 날 역시 분명히 비가 오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거나, 참새가 지저귀거나, 서리가 많이 내린 날이면 가뿐한 마음으로 골프 백을 들고나서거나, 야외 바비큐를 강행한다. 그런 날은 분명히 날씨가 맑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긋지긋한 비 때문에 오히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이로 인해 평소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던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 됐다. 파란하늘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그리고 바람소리가 친근함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조그만 미생물들의 나름대로 삶을 통해 삶의 소중함도 알게됐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인 무미건조한 일상적인 생활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도 있음이 반가웠다. 참으로 자연에 조금만 눈을 돌려도 세상이 이리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즘 뉴욕에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마음이 편치 않은 한인들이 많이 있다. 주로 비로 인해 장사를 망치고 있는 한인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금은 하늘을 탓하기보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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