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의 50%는 소설이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나’
지난 5월5일 미러클 마일 르네상스 아파트에서 발생한 한인모자-베이비시터 총격피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LAPD 강도·살인과의 총 책임자인 모 캡틴은 최근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모 언론에 큰 불쾌감을 표시했다.
경찰서장급인 이 캡틴은 한발 더 나아가 “기사를 제멋대로 쓴 기자가 전화를 걸어올 경우 강력한 경고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앞으로 취재하기가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같은 기자로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려했던 점이 현실로 나타났다. 경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캡틴에게 전화를 걸면 비서는 ‘자리에 없다’ ‘회의 중이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차례 ‘꼭 전화를 해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셀폰 번호를 남겨봤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리턴 콜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인 언론사 기자들이 매일 돌아가며 전화를 걸어 똑같은 질문을 하는 통에 짜증이 난다고 하는데 일부 언론의 제멋대로식 보도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는 결과를 낳았다. 사건취재를 하다보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 하루가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한꺼번에 3명이 피살된 이번 사건처럼 범인이 빨리 잡히지 않을 경우 기자들은 죽을 맛이다. 염치 불구하고 매일 똑같은 사람에게 2~3번씩 전화를 걸어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한인언론사가 하루 한 번만 전화한다고 해도 경찰은 수통의 전화를 받아야 하고 똑같은 내용의 답변을 해야한다.
이처럼 한인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중요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한인 언론사들이 벌이는 경쟁은 주류언론사 못지 않게 치열하다. 이해도 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실수가 뒤따르고 결국 한인사회 전체가 망신을 당하게 된다.
언론의 본분은 커뮤니티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취재를 했더라도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한 경찰고위 간부로 하여금 한인언론을 외면하게 만든 이번 해프닝은 일선 기자들이 한번쯤 생각해야 하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구 성 훈<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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