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들의 바람 피운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화제가 아니다. 워렌 하딩 대통령은 사생아까지 낳아 매달 생활비를 보내 주었으며 그의 애인은 하딩 부인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딩이 먼저 죽고 유산상속 과정에서 사생아의 권리가 문제되자 그의 백악관 시절 섹스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FDR) 대통령도 비서 미치와 20년간이나 정사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루즈벨트는 소아마비였기 때문에 비서와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접촉이 많았다. 루즈벨트의 자녀들은 후일 회고록에서 어머니 엘레노어 여사가 이 사실을 알고도 눈감고 지낸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긴 퍼스트 레이디인 엘레노어 여사도 AP통신의 히크라는 여기자와 동성연애를 한 것으로 후일 밝혀졌으니 말이다. 엄청난 섹스 스캔들이었지만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기 때문에 언론이 루즈벨트의 스캔들을 캐려 들지 않은 것 같다.
그 다음 섹스 스캔들을 많이 일으켰던 대통령이 케네디다. 마릴린 먼로와의 관계는 잘 알려진 사실이고 시카고 마피아 두목 지앵카나의 정부와도 백악관에서 정사를 가질 정도였으니 재클린이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 짐작이 간다.
힐러리는 클린턴이 대통령 선서를 마친 3일 후 뉴욕에 있는 재클린을 찾아가 자신이 첼시를 백악관에서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재클린은 이렇게 말한다. 첫째 첼시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주지 말 것, 둘째 고급선물을 사주는 등 사치를 조장하지 말 것, 셋째 첼시를 이용하려는 어떤 사람도 멀리할 것, 넷째 매스컴에서 피할 것 등을 일러준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젊은 미남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혹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재클린은 클린턴이 케네디와 비슷한 체질을 지녔다고 생각해 힐러리를 걱정한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를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와 스캔들을 일으킨 후 힐러리는 실감했다고 한다. “설마 대통령이…” 했던 모양이다.
요즘 미국 서점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회고록이 화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재치 있게 엮어나가 퍼스트 레이디의 회고록 중에서는 제일 나은 것 같다. 클린턴의 임기가 끝나면 힐러리가 클린턴과 이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두 사람은 파경에 이르지 않고 위기를 극복했다. 힐러리는 자신과 클린턴을 ‘생존자’(SURVIVER)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이들 부부가 시련을 넘길 수가 있었을까에 대해 평소 궁금한 사람이 많았다. 힐러리의 회고록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도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더 좋은 계기로 만들 줄 아는 전화위복의 명수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일대학을 나온 워싱턴의 여변호사가 애인을 따라 아칸소 촌구석으로 쫓아갈 때부터 그의 전화위복 능력은 증명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힐러리가 학생 때부터 클린턴에게 반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결국 부부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이 열심히 좋아하면 헤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힐러리가 신문에 보도되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몇번이나 “사실이냐”고 묻는데도 마지막까지 잡아떼다가 청문회에 나가게 되자 인정하는 클린턴의 모습은 처량할 정도다. 제니퍼 플라워스, 폴라 존스, 그리고 모니카 르윈스키 등 계속되는 스캔들에도 이들 결혼생활이 깨지지 않은 것에 대해 힐러리는 “부부 사이는 외부사람이 겉으로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잘라 말한다.
부부간에도 사랑하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 부부가 헤어지는 것은 결국 사랑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힐러리 회고록이 보여주고 있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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