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한인사회와 한국에서는 엄청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40대 한인이 동거녀를 껴안고 휘발유를 몸에 뿌려 동반 분실자살을 기도했다. 이들 둘은 모두 생명이 위독하다. 필라델피아 베어마운트 공원에서는 한인 여대생이 강간당한 후 피살체로 발견됐다. 또 같은 시기 한국에서도 카드 빚과 생활고에 지친 30대 주부가 7살, 3살 짜리 두 딸을 아파트 14층에서 창문 밖으로 내던지고, 자신도 5살 짜리 아들을 품에 안고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남까지 죽여?” 이번 사건을 보면서 토해내는 한인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시대 인간들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살에 대한 죄의식도 없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동정심, 순수한 인간미는 고사하고 최소한 생명에 대한 존엄성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행위다. 어느 인간사회에서건 이런 사건들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이런 끔찍하고 경악할만한 사건들이 한인들 사이에서 너무 자주 일어나고 그 행태가 너무 잔혹해 지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앞으로도 재발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갈수록 우리가 사는 생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기계가 너무 발달되다 보니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심리적으로도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이 최첨단 과학문명의 발달과 컴퓨터의 출현으로 가족이나 친구, 주위사람이 없어도 되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때문에 인성, 도덕과 윤리관이 점점 더 말살돼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인간의 따뜻한 맛이란 찾아보기 어렵고 기대하기 조차도 힘이 든다. 한마디로 인간이 개발한 최
첨단의 문화와 기계한테 잡아먹혀 사는 시대나 다름없다.
그러고보니 불쌍한 게 뭔지, 동정이 뭔지, 사랑이 정말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지금보다 더 어려웠더라도 아이들과 어른들은 서로 모여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미운 정 고운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이기적 개체로 변했다. 하물며 같은 집안에서조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밥 한끼 나누는 시간이 쉽지 않다.
낱알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혼자 자고, 혼자 먹고, 혼자 일하는 그런 생활들을 대부분 하고 있다. 결국 혼자 있다보니 완전히 모든 게 제멋대로다. 예전처럼 위아래가 있나, 동서남북이 있나 두고 보면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이 애고 어른들 사이에서 쉽게 눈에 띤다. 말하자면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드문 것이다.
하다못해 아이들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있기 보다 컴퓨터 하고 있는 게 더 즐겁고 편안해 한다. 돈만 내면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됐고 자기가 주인이 되어 아무거나 명하면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주는 시대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인간으로서 정말 중요한 인간관계를 배우지 못한다. 진정한 인간이란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고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점차 그런 사람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결혼적령기가 넘으면 좀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40이 돼가도 하나도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하느냐며 좀체 가정을 이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게 개인적이 되어 더불어 사는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행위를 제대로 하지도 않는 것이다. 정상적인 관계를 잘못해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된 일인지, 잘된 일인지 가치 기준조차 모호하다.이런 혼란은 궁극적으로 윤리기준을 무너뜨리고 도덕의 해이까지 가져온다. 한국은 물론, 미국 한인사회에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는 것은 총, 돈, 이성 문제가 복잡해지다 보니 이와 유관된 사건이 갈수록 늘고 행태도 잔학해지고 있다. 이는 모두 잘못된 성문화, 황금 만능주의, 총 문화가 빚은 산물이다. 아무리 손을 쓰고 문제의 근원인 도덕과 윤리를 바로 잡기 위해 각계에서 노력을 기울여도 결과는 탐탁스럽지 않다. 이 것이 바로 한국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자 당면과제이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국가가 부강하는데도 원천은 도덕과 윤리에 있음을 이미 200여년전에 간파, 강조했다. 바로 이같은 미래를 일찍이 내다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장대로 개개인의 도덕관과 윤리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결국 이 사회는 제2, 제3의 분신자살 사건이나 투신자살 사건 등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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