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0월 어느 가을밤 브롱스의 양키 스타디움... 등번호 10번을 단 한인 투수가 월드 시리즈 7차전 경기에서 뉴욕 양키즈의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완투로 양키즈는 또다시 월드 챔피언이 된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양키 스타디움에 운집한 4만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윤치선, 윤치선, 윤치선’을 외치며 열광한다...
올 가을 베이사이드 고등학교 특수반에 진학하는 윤치선(15·미국명 크리스토퍼)군의 ‘사랑’은 야구이다. 치선이가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훗날 박찬호 형이나 김병현 형처럼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만은 결코 아니다.
치선이는 한인 1세들에게 친숙한 독고탁과 혜성(공포의 외인구단) 처럼 오로지 야구를 한다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치선이가 배트와 글러브를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때다. 그후 지난 8년동안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지역 리틀 리그 팀에서 맹활약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치선이가 속해있는 ‘에인절스’ 팀은 정규시즌동안 12 경기에서 전승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 정상에 올랐다.
치선이가 맡고 있는 포지션은 투수, 포수, 그리고 2루수. 그 중에서도 투수가 제일 ‘엑사이팅’ 하단다. "상대편 타자들과 대결할 때는 자신감도 생기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해요. 물론 투수가 잘 던지면 팀에 도움이 되지만 투수가 아무리 우수해도 수비가 잘 못하면 안되죠. 그렇기 때문에 팀의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져요." 투수로서의 실력도 알아주지만 타격 수준도 만만치 않다.
"나중에 월드 시리즈 7차전에서 양키즈의 승리 투수가 되는 꿈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가끔씩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는 꿈도 꾼답니다."비록 퀸즈에 살고 있지만 치선이가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메츠가 아니라 양키즈이다. 양키즈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선이는 어김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텔레비전을 통해 양키즈 경기를 보지만 가족들과 친구들하고 직접 경기장을 찾으면 너무나 ‘엑사이팅’해요."겉으로 보기엔 다 큰 청소년이지만 ‘엑사이팅’이란 단어를 무척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15세 소년이다.
양키즈 선수들 중 특히 포수 호레이 포사다, 투수 로저 클레멘스, 유격수 데릭 지터를 가장 좋아한단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은 일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거만함과 돈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다음과 같은 대사로 꼬집었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가 바뀌어도 야구는 변하지 않는다. 야구는 과거에 좋았던 모든 것들이 앞으로도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라고... "밥만 준다면 돈 하나도 안 받고 야구 선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치선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글 정지원 기자. 사진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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