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타운에 한인기업이 새로 사무실을 옮겨왔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냉방 설비 업자를 타민족 업체로 바꿨어요. 상황을 알아보니 우리가 그 타민족 업체보다 서비스가 뒤떨어지거나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 기업이 한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최근 냉동설비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한 한인 업자로부터 받은 하소연이다. 이 업자의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냉방 시설 분야에서 한인 업체들의 경쟁력은 분명 타민족 업체보다 뛰어나다는 것. 타민족 업체들로부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 가격도 비싼데 유독 이들 타민족 업체를 고집하는 한인 업체나 한국계 지상사가 많다는 것이다
언어 소통도 불편할뿐더러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단지 한인업체라는 이유로 도외시한
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만약 이 업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려운 이민 생활 속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한인끼리 서로 돕고 힘을 합하지는 못할 망정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한대서야 어떻게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겠는가.
최근 들어 한인 사회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비즈니스가 크게 위축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하탄 다운타운의 청과업소에서는 히스패닉 종업원으로부터 폭행 당한 한인이 결국 사망하는가 하면 치정과 관련해 자살 소동이 벌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경쟁력을 갖춘 한인 비즈니스마저 한인 사회 스스로가 외면한다면 한인 사회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어려움을 호소한 냉동 설비 업자는 “물론 해당 기업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업자를 바꿔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수년간 빌딩을 관리해온 한인 업자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한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이민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연초부터 각종 기념 행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타민족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 그 뜻깊은 해가 절반을 넘어 가면서 한인사회가 진정으로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반드시 고쳐야할 문제점들은 없는지 하나씩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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