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라도의 한 인 들 <3>

“두 아들도 근처 점포 운영”
‘임스 패밀리 스포츠’운영 임화성씨 부부
무조건 깎아달라는 히스패닉 손님 많아

온가족이 알바라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임화성씨 가족은 원조 ‘알바라도의 한인들’이다. 1990년 아르헨티나에서 2차 이민을 온 임씨 가족은 처음에는 두 아들이 리커에서 일하며 먼저 알바라도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다운타운 자바시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던 임씨 가족은 폭동 이후 6가의 스왑밋이 문을 열면서 온 가족이 알바라도로 입성해 명실공히 ‘알바라도 패밀리’가 됐다.
스왑밋이 자리를 잡으면서 2년반 전 임씨는 스왑밋의 업소는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8가와 9가 사이에 큰 자리를 얻어 ‘임스 패밀리 스포츠’라는 의류 잡화 업소를 차렸다.
6가의 스왑밋에서는 작은 아들이 운동화 가게를, 큰 아들이 여성의류를 맡고 있고 임씨는 큰 매장의 일부를 서브 리스를 주며 직접 운영한다. 딸이 시집가기 전까지 여성의류점을 맡고 있었다고 하니 알바라도는 임씨 가족에겐 비즈니스의 터전이다.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같은 업종을 운영해 보고 임씨가 내린 결론은 “히스패닉들을 깔보지 말고 친절히 잘해줘야 한다”는 것. 히스패닉 타운의 한 가운데서 그들의 소비로 수입을 삼는 입장에서 최소한 감사한 마음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씨는 “한인 업주들은 히스패닉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고정관념이 생겨나 무조건 깎자고 하는 히스패닉이 대부분이어서 요즘은 고전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비싼 나이키가 더 잘 팔려”

‘카사미아 슈즈’운영 차귀동씨

잔뜩 쌓아놓았던 저가 운동화 처분 손해

“싼 운동화만 팔릴 줄 알았는데 60, 70불하는 나이키가 더 잘 팔리더라구요”
알바라도에 입성한지 1년이 채 안된 ‘카사미아 슈즈’의 차귀동씨는 인근에선 드문 나이키, 리복, 휠라,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딜러십을 갖고 운동화를 판매한다.
알바라도 길 중에서도 소매업소들이 죽 늘어서 상권이 다운타운 쪽으로 연결되는 7가에 자리를 잡았지만 내심 주변 업소보다 비싼 운동화들을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사 신을까 걱정이 앞섰다.
일부러 저가 운동화를 많이 들여놨지만, 웬걸 ‘나이키’를 선호하는 정서는 한국사람과 비슷했다. 신발을 사러온 히스패닉들 왈, 자신들의 고향에선 ‘나이키’신고 ‘맥도널드’ 먹는 게 꿈이라는 것. 그 덕에 저가의 운동화는 고스란히 처분해야 했지만 차씨를 위해서는 차라리 잘 된 셈이었다.
의류 도매업을 하며 미 서부는 안 가본 것이 없다는 차씨는 ‘멕시칸의 명동’ 알바라도가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에겐 오히려 더 안전한 곳으로 평가한다.
가짜 ID를 팔고 마약을 밀매하는 ‘촐로(cholo)’들도 상권이 가라앉으면 자신들의 입지도 좁아진다는 생각에 비즈니스만은 적극 보호해 준다는 것.
차씨는 “히스패닉 커뮤니티도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기반을 잡고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스패닉들 순수한 마음 좋아”
리커 17년간 운영 이경련씨

8가와 알바라도의 리커를 17년간 운영해 온 이경련(사진)씨는 “애들이 꼬마일 때 시작했지만, 두 딸과 아들이 틈나는 대로 엄마를 도와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자녀들은 UCLA와 UC버클리를 졸업하고 지금은 각자 직장을 얻어 캘리포니아를 떠나 있다. 이씨는 “적은 돈이라도 서로 도우려고 하고, 순수한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이 히스패닉”이라고 그의 알바라도 체험을 전했다.

<배형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