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을 행복이라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입고 싶은 것을 다 입고,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을 행복하다고 규정짓는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내 수중에 없으면 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 런 지 모르는데도 말이다.당장 내게 무엇이 있으면 그걸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우선 마음 쓸 일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 갖고 있다 보면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도 더 생기고, 갖고 있다 보니 유지하기 위해 마음도 써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이래저래 무소유가 더 편하다.
‘무소유(無所有)’ 하면 법정 스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법정 스님은 사람에게 아무 것도 없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무언가가 있으면 그걸 관리하고 지키느라 마음이 쓰인다며 무소유의 삶을 택했다.
그 배경은 법정 스님이 강원도 산골 작은 초가집에서 살 때 언젠가 누군가 주고 간 난초 때문이었다. 법정 스님은 이 난초를 받아 집에다 놓고 햇볕이 잘 들고 비가 잘 오는 데 놓아 물도 주고 하면서 열심히 길렀다. 집안에서 밖으로 내 놨다 들여놓았다 하며 애지중지 이 난초를 보살폈다. 그런데 한번은 강연을 하러가다 햇볕에 내놓고 간 난초를 안으로 들여놓는 것을 까맣게 잊고 온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 때문에 도로 가서 난초를 챙기다 보니 결국 강연에 늦었다. 가다가 도로 와야 되는 불편도 겪었다. 무언가 가진 사람은 이렇게 항상 마음 고생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걱정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왕자로 태어나 아무 것도 부러울 게 없던 석가모니도 자신의 생활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 정 반대의 삶을 택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일체 금욕과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며 그는 고행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 결과도 그에게는 행복일 수 없었다. 집도 절도 아무 것도 안 갖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아무 것도 않는 것이 역시 행복한 삶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결
국 그는 중도주의를 택하고 만다.
4일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한국의 현대 아산 이사회 정몽헌 회장도 세인이 다 부러워하는 가진 자였음에도 그의 인생은 행복하지 않았던 것같다. 그는 평생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한국 제일의 재력과 명예의 소유자였으면서도 목숨을 끊었다. 세간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과 추측이 분분하다. 그는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고 정주영 회장의 뒤를
이어받아 대북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던 주인공이었다. 그러기에 특검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건의 모든 책임을 혼자 지기 위해, 또는 평소 정신적으로 허약해 대북사업 실패에 따른 자책감, 가족에 대한 우려, 분노, 패배감, 적개심 등이 합쳐 자살했다는 추측도 일고 있다. 아무튼 그의 죽음은 앞으로 남북관계, 한국경제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의 자살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한국 최고 재력가가 목숨을 끊
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사회에서 존경을 못 받고, 존경의 대상을 보면 많은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 못된다. 예를 들면 존경의 대상인 윤봉길 의사나 김구 같은 독립투사나 성직자들은 존경의 대상이 될지는 모르나 이들과 같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반면 박정희 대통령이나 정몽헌 회장 같은 인물은 상당히 부러워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 대통령이나 정 회장이 삶을 마감하는 방식을 보고서 그들을 부러워할 리 만무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있다고 무조건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무소유가 좋은 것이다.
정회장도 사실 그만한 재력이 없었다면 그런 화도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돈이 많은 기업가다 보니 더 큰 이권을 따내기 위해 정치권에 자금을 대주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이번 정회장의 죽음을 보면서 그의 비극적 종말을 안타까워하게 된다. 동시에 현대인의 무소유, 바로 과욕하지 않고 자기 분수에 맞게 현재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삶, 그것도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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