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재현 기자>
"세계 최고의 수영 챔피언이 될래요"
12일 오전 새벽 6시 퀸즈 베이테라스 소재 베이클럽 수영장. 지그시 눈을 감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 한 남자 아이가 조용히 호흡을 고르고 있다. 몇 초 동안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서 있던 남자아이는 이내 두 팔을 쭉 펴 올리며 허리를 굽혀 물 속으로 몸을 던진 후, 힘차게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퀸즈 I.S.158 6학년에 재학 중인 장원준(12) 군의 하루는 또래 아이들이 아직 꿈나라에 있을 이른 시간, 수영장에서 시작된다. 해병대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플러싱 YMCA에서 본격적으로 수영
에 입문한 원준이는 3년이 채 안돼는 경력이지만 이미 또래 급에서는 전미 지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플러싱 YMCA산하 ‘플라이어’(Flyer) 수영팀에 속해 있는 원준이는 지난해 12월 뉴욕주 수영 챔피언십에 뉴욕시 초등학교 대표로 출전, 뉴욕주 곳곳에서 나온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50야드, 100야드 자유영과 50야드, 100야드 배영, 50야드 접영, 200야드 혼영 등 6개 전종목을 휩쓸면서 경기 관계자들의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가 작다는 사실. 초등학교 수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는 대부분 체격이 좋은 학생들인 것이 보통이지만 자기보다 2∼3인치 씩 키가 큰 학생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안았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수영 관계자들로부터 당시엔 ‘어쩌다가 운이 좋아 우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원준이는 지난달 23일∼28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청소년체전의 12세 이하급 수영 종목에 다시 뉴욕시 대표로 출전, 배영 100미터, 혼영 200미터 등 2종목에서 금메달을 보란 듯이 따내며 그런 말들을 단번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전미청소년체전은 매년 미국 각지역의 12개 도시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출전, 12세 이하와 13세 이상급으로 나뉘어 육상, 수영, 체조 등 각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로 지역 최고의 선수들만 참가하고 있다.
원준이의 아버지 장석남씨는 "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이기고야 말겠다’는 정신력이 매운 강한데다 ‘연습 벌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며 "중학교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매우 뛰어난 기술과 체력을 지녔다"고 칭찬한다.
자유영이 특기인 원준이의 50미터 자유영 기록은 29초28, 100미터 기록은 1분4초로 또래 급에서는 최정상급 수준이다."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기록을 조금씩 단축시킬 때가 더욱 기분이 좋아요"라고 활짝 웃는 원준이는 "이 다음에 국가대표 선수가 돼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내비쳤다.
통솔력과 학업능력도 뛰어나 초등학교 시절 P.S.31에서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원준이의 꿈은 세계 최고의 수영 챔피언이 되는 것 말고도 한가지 더 있다.
과학자가 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콜롬비아 호와 같은 우주선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폭발하는 콜럼비아호의 비참한 광경을 TV로 지켜보며 커서 과학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원준이는 우주를 안전하게 자유자재로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글 김노열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