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를 낳았다하여 투석 사형선고를 받았던 나이지리아의 아미나 라왈(31) 여인이 이슬람 종교재판소로부터 사형집행 취소판결을 받았다. 그녀가 과연 돌에 맞아 죽을 것인가의 여부 때문에 라왈 여인의 케이스는 그동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나이지리아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이 내전으로 치달아 유혈극이 자주 일어나는 ‘문명의 충돌’ 축소판 지역이다.
이슬람교는 간통에 대해 엄한 벌을 부과하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관광하노라면 간통한 왕비와 정부를 처형한 현장을 보게 되는데 가슴이 서늘해진다. 유수프왕의 왕비가 외간남자를 만나는 장면이 궁전 연못에 비친 것을 왕이 발견하고 남녀의 목을 잘라 자신의 집무실 옆방 천장에 매달아 놓았었다고 한다. 피 흘린 자국이 몇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어느 신자가 신앙의 율법을 어겼다고 하여 과연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 것일까. 성서나 코란 어디에도 간통한 여인을 돌로 쳐죽이라는 구절은 없다. 인간의 해석에 의해 만들어진 율법을 어겼을 뿐이다. 종교가 용서가 아니라 죽음을 벌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면 그것은 진리를 전파하는 신앙이 아니다.
종교는 도덕 위에 있다. 종교적인 주장이 도덕적인 주장보다 시대해석이 약하면 그 종교는 인간사회와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이슬람이 당면한 고민이 여기에 있다. 여성은 남성의 옷이고 남성은 여성의 옷이다라는 말로 코란은 남녀평등을 표현하고 있다. 마호멧이 처음에 메카에서 쫓겨난 것도 유일신 사상과 전인 평등을 주장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슬람은 남녀차별의 상징처럼 비쳐지고 있어 마호멧의 사상이 굴곡되어 있다.
이란의 샤 팔레비왕이 왜 쫓겨났는가. 여성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인정하는 개혁법을 만든 것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친 후 나중에 반정부 운동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전왕인 칼리드왕은 등극하자마자 1차로 개혁정치를 발표한 것이 여성의 단독외출 금지와 해외유학 전면 중지였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남성의 보호 없이 혼자 다니는 여성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고문한 사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이슬람 원리주의를 따르는 학생들을 탈레반이라고 한다).
종교의 율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원형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의 온도를 자꾸 내리면 어느 선에 이르러 얼음으로 변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액체가 고체로 변해 원형과 전혀 모습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슬람교 내에는 무타와라는 조직이 있다. 일종의 규율반이다. 경찰과는 별도로 이들은 누가 이슬람 율법을 어기나 조사하고 다니며 가두심문도 벌인다. 위반자는 감옥에 보내며 여성들이 몸을 가리는 부르카 또는 히잡을 하지 않으면 빨간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며 미국 창녀라고 소리질러 망신을 주거나 폭행한다.
반면 이들에 대항하는 지하조직 여성단체(RAWA)도 생겨나 이슬람 세계의 남녀평등 문제는 독립운동 못지 않은 레지스탕스 성격을 띠고 있다. 남녀차별이 어느 정도 심한가 하면 산모가 아들을 낳으면 병원에 일주일까지 머무를 수 있지만 딸을 낳는 날엔 당장 그 다음날 퇴원해야 한다. 2년 전 ‘조야’라는 이슬람 지하조직 단체의 여성이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이슬람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폭로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믿어지지 않는 쇼킹한 내용들이었다.
이번 나이지리아의 라왈 여인 재판은 간통에 대한 투석사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판결이기 때문에 부도덕한 여성을 돌로 쳐죽이라는 이슬람의 율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미 지난 4년 동안 3,000여명이 이슬람 종교재판에서 사형집행 되었다. 종교적인 편견은 정말 무섭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종교적인 편견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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