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이 도저히 이성적인 메이저리거라고 볼 수 없는 상식 밖의 추태를 보여 큰 충격을 던졌다. 김병현은 지난 4일 홈구장인 보스턴 펜웨이팍에서 벌어진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A’s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경기 직전 벌어진 식전행사 선수소개 코너에서 자신의 이름이 장내아나운서에 의해 호명된 뒤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잠시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다시 미소를 띄며 모자에 댄 오른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슬그머니 공중으로 치켜올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팬들의 야유에 극도의 저속하고 상스러운 욕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한 것. 하지만 김병현의 이 외설적인 저속한 제스처는 TV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전 세계로 파져나갔고 레드삭스 팬들은 물론 팀과 미디어, 그리고 한인팬들도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경기 도중의 흥분된 상태도 아니었고 공식경기, 그것도 플레이오프 식전행사에서 더구나 홈 팬들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은 거의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 김병현은 곧바로 경기 후 팀을 통해 레드삭스 팬들과 뉴잉글랜드 지역주민, 그리고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사죄한다. 순간적이고 반사적인 행동이었고 후회하고 있다며 매우 죄송하다고 사죄문을 발표했으나 그 정도로 마무리되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각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지어는 김병현 바로 직전 소개된 불펜 동료 마이크 팀린도 그는 성인이다. 자기 행동을 자제할 수 있어야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창피하고 레드삭스로서도 부끄러웠다고 말해 김병현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레드삭스측은 이미 김병현과 사적으로 만나 경고를 했으며 문제를 내부적으로 처리할 뜻을 비췄으나 워낙 여론이 좋지 않아 향후 사태가 어떻게 비화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병현은 레드삭스가 연장 11회끝에 3-1로 승리한 3차전에 불펜에서 잠시 몸을 풀었으나 어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등판을 피했고 5-4로 승리한 4차전에도 나오지 않았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1년 계약을 체결한 뒤 시즌 중반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김병현은 이번 일로 사실상 레드삭스 복귀 길이 막힌 것으로 보인다. 선수가 공식행사도중 팬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극히 외설적이고 저속한 제스처를 보인 것은 어떤 이유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독일의 스타 미드필더 스테판 에펜베르크가 경기도중 자신의 부진한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야유하는 자국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였다가 그대로 팀에서 쫓겨나 귀국조치를 당했던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선수가 팬을 향해 상스럽게 감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성질의 실수가 아니다.
그러나 팀 차원에서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레드삭스로서는 워낙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수습하고 시즌 종료 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예측 가능한 징계는 벌금. 또한 만약 레드삭스가 6일 5차전에서 A’s에 승리,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결승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김병현을 플레이오프 로스터에서 제외시킬 가능성도 있다. 홈 팬들에게 상스런 행동을 한 선수를 홈 구장에서 내보내기도 쉽지 않고, 또 상대인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스테디엄은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참극을 경험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역시 선뜻 내보내기 어려운 장소다. 따라서 아예 징계를 겸해 양키스전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기적인 행동과 말로 D백스 시절부터 종종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김병현은 이번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 속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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