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만의 첫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 베이브 루스를 판 죄(?)로 ‘밤비노의 저주’에 걸려 85년 동안 우승가뭄에 시달려온 보스턴 레드삭스. 목이 바싹 마른 비운의 두 팀이 7일 승리를 합창했다.
컵스(1승1패)는 이날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2차전에서 플로리다 말린스(1승1패)를 12-3으로 대파, 전날 연장전 패배를 말끔히 설욕했다. 동시에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1차전에서는 레드삭스(1승)가 양키스(1패)를 5-2로 꺾고 기선제압 1승을 올렸다. 레드삭스는 디비전 시리즈 3차전서부터 김병현 없이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를 향해 쾌속항진하고 있다.
말린스와 양키스는 이날 둘 다 상대 선발투수들의 ‘춤추는 공’에 녹아 났다. 말린스는 컵스 선발 마이크 프라이어의 쓩쓩 휘어 들어가는 강속구에 손이 묶였고, 양키스는 나비처럼 흐늘흐늘 날아들어 오는 레드삭스의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의 느린공에 템포를 맞추지 못해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컵스는 프라이어의 ‘씽씽투’와 타자들의 ‘펑펑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주포 새미 소사의 초대형 홈런을 신호탄으로 알렉스 곤잘레스가 홈런 두 방, 아라미스 라미레스가 솔로홈런을 보태 12-3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전날 9회말 2사후 동점 장외홈런을 날려 시카고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소사는 이날 2회말 더 멀리 날아간 초대형 투런 홈런으로 일찌감치 말린스의 사기를 꺾었다. TV 카메라에 맞는 바람에 구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뿐 장장 495피트를 날아간 초대형 홈런이었다. 또 곤잘레스는 3연속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홈런을 치며 ‘10월의 사나이’로 떠올랐다.
3이닝만에 8-0, 5이닝만에 11-0 리드를 선사 받은 컵스 선발 프라이어는 시속 94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6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가다 7회에 3점을 내주고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항상 앞을 내다보는 컵스의 명장 더스티 베이커는 9회초 1사후 전날 패전투수였던 마크 거스리를 불러들여 마지막 투아웃을 잡게 하며 ‘자신감 회복 작업’까지 펼쳤다.
말린스 선발투수 브래드 페니는 이날 프라이어와의 맞대결을 의식, 너무 세게 던지려다 공 끝이 무뎌져 난타 당했다. 페니는 스피드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잭 맥킨 감독이 홈 경기 전광판에 투구 스피드를 올리지 못하게 만든 적도 있는데 흥분해서 무리하다 보니 공이 너무 곧게 들어갔다.
3차전은 10일 말린스의 홈구장인 프로 플레이어 스테디엄에서 케리 우드(컵스) 대 마크 레드먼(말린스)의 대결로 벌어진다. 우드가 올해 말린스를 상대로 2히터와 3히터를 던진 점을 감안하면 컵스의 전망은 밝다. 우드는 말린스전에서 2경기를 합쳐 단 5안타만 허용하며 삼진 20개를 쏟아냈다.
한편 ALCS 1차전에서는 데이빗 오티스, 터드 워커, 매니 라미레스가 홈런을 날린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5-2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6년 연속 AL 동부조에서 양키스에 눌려 2위에 머문 레드삭스는 무려 11년만에 플레이오프 승수를 추가한 너클볼 투수 웨이크필드의 호투에 먼저 웃었다.
레드삭스는 양키스 선발투수 마이크 뮤시나를 상대로 20타수 무안타였던 오티스가 21번째 타석에서는 대형 투런홈런을 날려 4회에 2-0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는 라이트필드 심판 앙헬 허난데스의 파울 선언을 훨씬 멀리 서 있던 주심 팀 매클리랜드가 뒤집어 워커의 타구가 솔로홈런으로 돌변, 3-0으로 달아난 뒤 라미레스의 홈런과 케빈 멀라의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레드삭스는 구원투수 마이크 팀린이 8회말을 완벽하게 막은 뒤 새 클로저 스캇 윌리엄슨이 9회에 등판 아웃 3개중 2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철문을 내렸다.
2차전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양키스 앤디 페팃 대 레드삭스 데릭 로우의 대결로 속개된다.
<이규태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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