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유능하냐 무능하냐를 판단하는 방법은 그가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위기관리 능력은 곧 정치능력이요, 지도능력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위기가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워싱턴 대통령은 독립전쟁, 링컨은 노예해방과 남북전쟁, 루즈벨트는 경제 대공황, 케네디는 쿠바 위기, 처칠은 2차 세계대전, 등소평은 문화혁명 후유증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파탄을 맞아 능력을 보인 지도자들이다. 훌륭한 선장은 태풍을 만나야 다른 선장과 차별화 되는 법이다.
한국의 정세는 지금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을 떠들고 있고, 미국-북한 관계가 긴장되어 가고, 경제가 침체된 데다 노조는 매일 거리에 나와 데모하며, 이라크에 전투병력을 보내느냐 마느냐로 국민여론이 갈라져 있고, 한국의 생산공장들이 국내 고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위기 중의 위기는 국민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머리가 터져라 하고 싸우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을 위기라고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기 힘들 정도다. 이 판국에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자신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온 것이다.
사람은 솔직하고 양심적인 것 같은데 노무현 대통령이 지닌 이미지에 문제점들이 있다. 국민들을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방향이 애매하고, 비전이 없고, 과잉반응이나 오버액션이 심해 콤플렉스가 있는 성격이 아닌가 의심나는 때가 많다. 한 마디로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해지게 만든다. 이는 주로 그의 감상적인 발언이 빚어낸 부작용이다.
국민투표를 해서 이기면 뭘하고 지면 또 그 모양새가 어떻게 될 것인가. 보수나 진보 어느 쪽이 져도 길길이 뛸 것이다. 미국도 한때 보수와 진보로 국론이 갈라져 나라가 존망의 위기까지 간 적이 있다.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이 바로 그 위기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한쪽에서는 사치의 극을 달렸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거리에서 헤매는 현상이 일어났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본주의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와 있음을 느끼고 웰페어, 소셜시큐리티 제도, 댐과 도로공사를 통한 실업자 구제, 연방정부의 은행파산 보증 등 ‘뉴딜’ 정책을 비전으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뉴딜’은 말하자면 부자들의 돈을 정부가 뺏어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부자들과 대기업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때 루즈벨트를 사회주의자로 몰아 세웠으나 그 비난 속에서도 루즈벨트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비전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이와 같은 국론 분열 속에서 루즈벨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부통령이던 트루만이 대통령직을 계승했을 때 전 국민의 관심은 그가 보수주의자인가 아니면 진보주의자인가에 쏠렸다.
백악관에서 급하게 선서를 마친 다음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어느 기자가 당신은 보수주의자 입니까, 진보주의자 입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트루만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니요. 나는 크리스천일 뿐이요.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간곡히 부탁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나를 위해 기도를 좀 해주십시오. 지금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기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앙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대통령이 참모도 제대로 없고 의논할 사회 원로도 주변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적어도 대통령은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의 샘이 필요하다. 무슨 종교이든지 관계없다. 대통령이 혼자 생각해서 국가 대사를 결심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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