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말린스가 고별전을 치른 뉴욕 양키스 선발투수 ‘로켓’ 로저 클레멘스에 ‘영웅대접’을 톡톡히 해준 뒤 12회 연장 대접전 끝 4-3 승리를 뽑아냈다. 3-1로 앞서던 9회말 2사후 덜미를 잡혀 클레멘스가 패전을 모면한 뒤 알렉스 곤잘레스의 ‘굿바이’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22일 플로리다 프로플레이어 스테디엄에서 열린 2003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클레멘스는 6만6,5934명 관중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과 감독까지 일제히 박수를 보낸 뜨거운 성원 속에 ‘히어로’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끝에 춤을 춘 승자는 질기기 짝이 없는 말린스였다.
클레멘스는 커리어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서 첫 회 3점을 내줘 월드시리즈 패전으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 클레멘스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1년전인 83년에 태어난 미겔 카브레라(20)에 2사후 투런홈런을 맞는 등 2, 3차전을 합쳐 단 2점으로 막혔던 말린스 타선에 3점을 내준 것.
그러나 클레멘스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0’의 행진을 이어 가다 7회 루이스 카스티요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핀치히터로 교체됐고, 핀치히터 루벤 시에라가 9회말 2사후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패전 마침표를 모면했다. 클레멘스는 이로써 월드시리즈 통산 전적은 3승 무패로 유지했지만 지난 1926년 그로버 알렉산더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서 통산 300번째 승리를 올리려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첫 8이닝 동안 칼 파바노에 1점(7안타)으로 묶였던 양키스 타선은 9회 말린스 클로저 우게스 어비나를 두들겨 동점을 이뤘다. 버니 윌리엄스가 1사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히데키 마쓰이가 볼넷을 골라냈다. 어비나는 이어 호르헤 포사다를 땅볼로 유인, 2번째 아웃을 잡았지만 핀치히터 시에라에 아웃사이드 직구만 계속 던지다가 풀카운트에서 몸쪽 직구로 허를 찌르려다 우익선상 3루타를 맞고 세이브에 실패했다.
지난 64년부터 월드시리즈 경기 연장전에서 7연승 기록한 양키스는 2년전 이틀연속 티노 마티네스와 스캇 브로셔스가 9회말 2사후 투런홈런으로 김병현을 울렸듯이 막판승부에 유독 강한 ‘포스트시즌의 황제’다. 이날에도 막판 동점을 이루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 시리즈 3승을 입에 문 듯 했다. 그러나 말린스는 너무 질겨 뱉을 수밖에 없었다.
동부시간으로 12시28분. 바로 전 이닝에서 구원투수 브레이든 루퍼가 1사 만루의 위기를 넘긴 말린스는 곤잘레스가 친 라인드라이브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끌어올렸다. 올 포스트시즌 53타수 5안타의 슬럼프에 빠져있던 곤잘레스가 양키스의 4번째 투수 제프 위버의 투구를 통타, 팀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었다.
4경기를 치른 뒤 3전2선승제로 압축된 이번 시리즈의 5차전은 1차전에서 맞붙었던 양키스 좌완 데이빗 웰스 대 말린스 우완 브레드 페니의 리매치로 23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이번 시리즈는 말린스의 승리로 뉴욕 양키스테디엄으로 돌아가는 것이 확정됐고, 7차전까지 가면 클레멘스가 다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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