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데뷔 공연은 완벽한 음향시설,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중의 한 사람인 에사-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LA필하모닉이 이루어낸 성공적인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 홀의 개관을 축하하며 턱시도와 검정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2,000여 관객들은 공연중 작은 기침소리도 참으면서 숨을 죽여야 할 정도로 음향시설이 뛰어났다. 기침 소리는 메인홀의 앞 좌석뿐만아니라 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위쪽 테라스까지 들렸다.
이같이 완벽한 음향 시설은 LA필과 함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주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LA매스터 코랄(지휘 그랜트 거손)의 40여명의 단원들이 중앙 객석 바로 옆에서 줄지어 서서 부른 리게티의 ‘룩스 에테르나’ 무반주 합창에서도 효과가 여실히 나타났다.
종교적인 곡인 이 합창곡은 목소리가 고요히 먼곳에서 계속 끊임없이 들여오는 리듬으로 섬세한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는 콘서트 홀이 아니면 객석에서 부르기 힘든 곡으로 이 공연을 통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또 사람의 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노래의 한계에 도전하는 어려운 합창곡으로 이번 개관을 기념해 에사-페카 살로넨의 특별한 요청에 의해서 무대에 올려졌다. 이 합창단에는 한인 계봉원(테너), 김현주(소프라노), 여선주(소프라노)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곡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이념인 꿈의 실현에 걸맞게 인간이 노래 부를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선정되어서 그런지 고음을 내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도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고음이 홀 전체를 메우면서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LA매스터 코랄의 합창도 감동적이었지만 20세기 현대 음악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의 LA필 연주는 이번 데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90년전 파리에서 첫 공연될 당시 우아한 음악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혁명적인 리듬으로 충격을 준 파괴적인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1부 ‘대지예찬’, 2부 ‘희생물’로 나누어져 있는 32분짜리의 이 곡에 담겨져 있는 야수적이며 충동적인 리듬, 긴장과 짜증을 강요하는 불협화음은 이 콘서트 홀의 완벽한 음향 시설을 통해 관객들에게 명확한 소리로 전달됐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 곡을 연주하는 열정적인 모습도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흰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면서 지휘하는 그의 몸짓에서 이 곡이 주는 메시지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데뷔 공연의 마지막으로 연주된 ‘봄의 제전’이 끝난후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알리는 박수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앵콜을 원하면서 계속해서 기립 박수를 보냈지만 에사-페카 살로넨은 건축 설계가 프랭크 게리, 음향 전문가 야수히사 도요타와 함께 또는 혼자 나와서 인사를 몇차례 했을뿐 앵콜곡은 연주하지 않았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데뷔 공연은 듣고 또 듣고 싶은 공연이었다.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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