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를 맞으며 시작한 2003년. 올 한해의 달력도 이제 달랑 한 장만이 남았다. 별로 이룬 것도 없이 어느새 올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고 씁쓸할 뿐이다.
흔히 나이 사십이면 얼굴에 나타난 상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불혹의 나이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자리를 뒤돌아보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불혹의 사십은 다시 나는 무엇인가 가만히 물음을 던져보는 반문의 나이이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만이 늘어가는 더 이상 젊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나이에 맞이하는 한해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이제 나도 늙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는데 너무 애늙은이 같은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는 세월이 피부와 와 닿으니 어찌하겠는가.
지난 40년을 뒤돌아보니 너무도 준비 없이 하루하루를 급하게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한해를 보내며 이제부터는 아름답게 늙어 가는 방법을 준비하고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누구나 늙는 것은 피하고 싶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러나 늙어간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로써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늙고 싶지 않다든지 곱게 늙었으면 하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의 희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인생의 설계도에서 슬쩍 밀어 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간다면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설계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노후 대비 재테크를 해보자. 노년에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재정 상태와 저축, 부채,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냉정히 파악한 뒤 이것을 밑바탕으로 노후의 지출내용과 희망하는 생활수준을 고려해 세대별로 자산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년에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자식에게 괄시받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음으로 평생 친구를 만들자. 인생의 행복 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친구다. 나이 들어서도 속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대부분 젊어서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노년에도 이따금 만나 흐뭇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를 사귀려면 젊었을 때 곁에 있는 친구와 나의 고민, 꿈 등을 공유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과 장수를 원한다면 젊어서부터 꾸준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 신선한 채소와 과일, 충분한 수분의 섭취 등 식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나이가 들면 젊은이와는 사고나 행동 면에서 달라지기 쉬운데, 특히 과거에 집착해 현실감각을 잃으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활기 넘치는 삶을 위해서는 젊게 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즉 늘 젊은 감각을 갖는 것이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열쇠라 하겠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일터에서 멀어지면 자연히 소외감과 더불어 무료함 때문에 점점 위축되기 쉽다. 그러나 가족이든 이웃이든 평생 다른 이들을 위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건강하다. 자원봉사 활동이나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왜냐면,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이기 때문
이다.
요즘, 중년의 한인남성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불경기 등 많은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오늘의 사태는 준비성 없이 하루하루를 너무 급급하게만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때문에 실망과 좌절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듯이 오늘의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데 진력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 없는 삶으로 인한 오
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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