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뜻밖에 아버지로부터 점심식사를 배달받아 먹는 일이 있었다. 그날은 그렇지 않아도 오전 환자들 치료를 마치며 시계를 훔쳐보다가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어 오늘은 뭘사먹으러 또 나가나하고 고심하던중이였기에 오랬만에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밥을 보고 반갑지 않을수없었다.
음식이 식을까봐 겹겹이 싼 수건을 풀어 제쳐 뚜껑을 열어보니 잡곡밥에 갈치조림이였다. 바로 그 몇일전 부모님 댁에 들렸을때 어릴적 한국에서 먹던 갈치조림이 먹고 싶다는 말을 무심코 했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었나보다. 때문에 어머니가 그 날은 이른 아침부터 점심만들기 바쁘셨다는 아버지의 설명을 듣은 다음에, 괜한 수고를 끼친것 같아 맛있게는 먹었지만 수고를 끼친 죄송한 마음이 고마움을 앞섰다.
갈치조림 하나에 부모님의 깊고 넓은 사랑을 새삼 운운하는것은 아니지만 “노부모의 아들 점심 수송작전”에 들어간 두 분의 어려운 정성에 감동이 없을수 없었다.
비단 나의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명한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주특기인 유별난 자식사랑, 그 중에서도 “자식 끼니 챙기기”는 그 억척스럽기가 엄청나기 짝이 없다. 자식의 한끼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정성은 임금님의 수라상을 보는 장금이의 정성을 무색케 한다. 사실 한국인 모두가 “끼니 챙기기”엔 남다르다고 볼수도 있다. 상대방의 기분은 나 몰라라하고 “좋은 아침!” 하며 크게 외쳐 던지는 서양식 아침인사보다 조반은 먹었냐는 우리의 다소곳한 인사만 봐도 한국인의 정감한 인간미를 옅볼수가있다. 어린자식이 밥상 앞에 앉으려 하지 않으면 김에 밥을 싸서 온 집을 쫒아 다니며까지 밥한그릇을 다 비우게 하고, 반찬 투정에 밥이 싫다면, 어려운 형편에도 살림을 쪼개어 자신은 못먹어봐도 자식들 입속엔 고기 한점이라도 넣주는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우리들의 어머니들 모습이다. 자식 버릇 망쳐버리기에 안성 맞춤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우리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탓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에도 안부전화 통화를 할 적에 빠짐없이 어머니는 항상 묻는다 내가 끼니는 거르지 않는지를. 이제는 장성한 아들에게 달리 어머니로써 해줄것은 없고 옛날 품속에 들어오던 어린 자식의 모습을 떠올리며 따뜻한 밥한끼 한번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애뜻한 마음을 난 알고있다. 그러나 난 그날 점심을 잘 먹었다는 인사를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어머니께 드리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그만한 정성으로 내게 똑같은 대접을 해주었더라면 이리 성의 없이 가만히 있을수 없었을텐데 가족이란 이유로 , 부모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소홀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가족들에게 소홀히 하는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취미생활 하나 없이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하는 남편들에게, 밖에서 일하고 집에서 살림하는 일인이역을 불평없이 소화해내 가는 아내들에게, 많은 유혹에도 아직까지 아무 문제없이 학교생활 잘해주고 잘자라주는 아들, 딸들에게 우리는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에 인색하기가 그지없다. 물보다 진하다는 피로 맺여지고, 긴 세월을 한지붕밑에서 함께 살았기에 눈빛 만으로도 서로를 읽을 수 있을만큼 특별한 관계가 가족이지만 상대방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 무성의, 무관심 까지도 가족이란 이유로 용서하려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있다. 크고 값비싼 선물이 아니더라도 그 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따뜻한 말한마디로 가족 한사람 한사람을 먼저 둘러보는 뜻깊은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오늘은 잊지말고 장금이에게 갈치조림 잘먹었다고 감사전화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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