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다운타운 한인의류업계에는 최악의 해로 기억될 만큼 힘든 한 해였다.
수 년째 계속된 극심한 불경기가 더욱 심화되면서 파산하거나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했고 이로 인한 관련업체의 피해도 컸다. 여기에 보험료의 폭등, 내릴 줄 모르는 렌트비 등은 한인 업계에 이중·삼중고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업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고 폭증하는 중국산 저가 수입의류제품의 홍수도 업계에는 힘들지만 풀어야 할 난제로 더욱 다가섰다.
■레퍼런스사 파산 등 파산·폐업 의류제조업체 속출
2003년 새해 초 터진 중견 한인 의류소매체인 레퍼런스사의 파산은 업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 전역에 30여 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던 이 회사의 파산은 업계에 일파만파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인 의류제조업체의 20%에 해당하는 200여 업체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고 알려진 피해액만도 5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이 회사는 업주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패션21사(대표 장도원)에 경매 처분되고 말았다. 이후 크고 작은 파산과 폐업이 계속됐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LA 한인업체들과 거래했던 텍사스 소재 한인소매체인인 카사크리스사의 파산신청으로 40여 한인 업체가 수 백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고 트럭운송회사인 타이멕스사 업주의 잠적으로 140여 한인업체가 100만 달러 이상 피해를 입는 등 한해 동안 폐업 또는 파산한 업체는 50∼80여 업체에 달했다.
■원단제조업계는 더욱 힘들어
원단업계의 어려움은 의류제조업계 보다 훨씬 심각했다. 2001년만 해도 430여 개에 달했던 한인 원단업체수가 200여 개로 절반 이상 감소할 정도로 한인 업체들의 파산과 폐업이 줄을 이었다.
회생 기미를 보였던 두리 아메리카사가 완전 폐업했고 연 매출 1,000만 달러 이상의 중견 업체 중에서도 U.S.남성 텍스타일사, 프레미어 텍스타일사 등이 파산신청을 했고 선텍스타일사, JC하우스사 수입업체들과 니팅업체인 수퍼텍스와 멜로즈 패브릭사 등도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섬유의류제품이 완전 수입개방되는 2005년까지 원단업체들의 파산·폐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등하는 보험료, 내리지 않는 렌트
2002년과 비교해 2배 이상 폭등한 종업원 상해 보험료는 특히 저임금 노동력을 많이 사용하는 봉제업계에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심한 경우 보험료 부담 때문에 전업 또는 폐업하는 업체가 생겨났고 치솟은 보험료에도 보험가입 마저 어려워져 한인 업계는 봉제협회를 중심으로 자체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 불경기에 버스파업으로 인한 교통대란까지 겪어야 했던 봉제업계는 올 한해는 잊고 싶을 만큼 힘든 해였다.
비싼 렌트도 여전했다. 키머니가 불법화됐지만 키머니 관행은 더욱 음성화된 데다 호경기 시절 계약했던 렌트가 내리지 않아 업계는 더욱 고전했다.
■그래도 다운타운은 젖줄
폐업과 파산이 줄을 이었지만 다운타운 의류관련산업은 여전히 한인 경제의 젖줄이다.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한인 의류제조업체 수는 올 한해 동안 100∼150여 개가 늘어나 한인들이 여전히 의류관련 산업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샌피드로 도매상가의 별관상가나 LA페이스 상가 분양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값싼 임금과 저가 제품 승부에서 디자인과 품질 승부로 한 단계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한 한인 의류관련 산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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