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지면 우왕좌왕… 禍키워’ 한 한국 내 신문의 기획기사 제목이다. 키워드로 본 2003년 사건과 관련해 한국형 인재(人災)의 특징을 집어낸 표현이다.
‘우왕좌왕’(右往左往)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올 한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이 뽑힌 탓인가.
고의적으로 그 단어를 선택했을까. 무의식중에 그랬겠지. 별 우습지도 않은 생각이 갑자기 든다. 그 제목이란 것이 뭔가 예언적이란 느낌을 주어서다.
교수신문이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와 교수 등 7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정리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16%가 ‘우왕좌왕’을 꼽았다는 거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연초의 대구 지하철 참사가 ‘우왕좌왕’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또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경제·외교정책이 혼선을 빚었고 사회 각 분야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갈곳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어서라는 것.
점입가경(漸入佳境), 이전투구(泥田鬪狗), 지리멸렬(支離滅裂), 아수라장(阿修羅場) 등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상당히 유력시 됐었다고 한다.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의 본색이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정쟁만 가열되고 경제는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서라는 것이다.
지난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그 뒤를 이은 게 ‘우왕좌왕’이다. 지난해와 올해의 사자성어를 한 줄 위에 놓고 본다. 연속성 같은 게 엿보인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다. 결국 안개는 걷혔다. 그리고 보니 새 정부가 탄생했다. 참여정부다. 그런데 갈곳을 몰라 이리 저리 방황이다. 혼돈과 방황 속에 한 해가 갔다는 말이다.
‘우왕좌왕’의 끝은 그러면 어디인가. 화(禍)가 아닐까. ‘외우내환’(外憂內患)의 화 말이다.
안의 병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우왕좌왕’이 아예 ‘좌향좌(左向左), 우향우(右向右)’의 제각기 갈 길을 가는 형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게 한국의 오늘 같아서다.
밖의 걱정도 더 심화될 수도 있다. 북한 핵 문제가 바로 당면한 외우다. 폭발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도 상황에 따라 한국에 있어서는 외우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서로의 지향점이 달라질 때 동맹관계는 때로 부담이 된다. 해서 하는 말이다.
2004년의 사자성어는 어떤 단어가 선정될까.
<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