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보고 있다”“산타는 착한 어린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 요즘은 ‘산타’만 입에 올리면 말썽꾸러기들이 갑자기 고분고분 해진다. 연말은 아이들이 연중 가장 말 잘 듣는 계절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갈등이 없지 않다. 대여섯 살만 되면 벌써 “산타 클로스는 가짜”라는 주장을 해대는 친구들이 주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말이 사실 같기도 하지만, 그 말을 믿자니 선물을 못 받을 것 같고 … ‘진실이냐 실리냐’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100여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에서 산타 클로스가 대중적 이미지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반부터였다. 산타 클로스 전설은 문화와 민족에 따라 다양하지만 2~3세기, 지금의 터키 지역 가톨릭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에서 유래되었다는 데는 기독교권 모두가 동의한다.
오늘날 우리가 백화점이나 거리에서 보는 미국형 산타클로스는 2명의 손을 거쳐 탄생되었다. 첫째 인물은 클레멘트 클락 무어. 무어는 1823년 자기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전날밤: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는 시를 썼는데 그 시가 나중에 출판되면서 산타 클로스 전설의 골격이 되었다. “모피 옷을 입은 풍채 좋은 할아버지가 8마리의 사슴이 끄는 마차를 타고 와서 굴뚝으로 들어와 스타킹마다 선물을 넣고 간다”는 내용이다.
다음 인물은 토마스 내스트라는 화가. 무어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1870년 우리가 지금 보는 산타 클로스의 모습을 처음으로 그려냈다. 이후 산타클로스는 미국 어린이들의 구체적 친구로 굳어졌는데, 그러면서 아이들의 고민도 시작되었다.
1897년 9월 뉴욕 선지에는 버지니아 오핸론 이라는 8살짜리 어린이의 질문이 소개되었다. “친구들은 산타 클로스가 없다고 해요. 아버지는 신문에 나면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산타 클로스는 정말 있는 건가요?”
다음은 당시 뉴욕 선의 설명을 간추린 것이다. 지금 아이들의 질문에 답이 궁한 부모들도 참고할 만하다.
“산타클로스는 분명히 있단다. 이 세상에 사랑과 관대함과 헌신이 존재하듯이 산타도 존재한다. 아무도 못 본다고 해서 그것이 없다는 증거는 아니란다. 아기 딸랑이를 찢어보면 무엇이 소리를 나게 하는 지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싸고 있는 베일은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찢을 수가 없다. 오직 믿음과 시, 사랑만이 그 커튼을 밀쳐내고 그 너머 천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있단다”
<권정희 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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