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은 눈이 많은 해인가 보다. 내가 자란 시골 겨울은 춥고, 눈도 가끔 내렸다. 이맘때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기뻐하며, 눈을 발로 차기도, 친구들과 눈싸움도, 대나무 쪽을 스케이트라며 눈 내린 연못에서 넘어지며 좋아했던 그 시절이 그립고 생각난다.
사람의 생각은 똑 같지 않아 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눈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눈을 생전 보지 못하고 이곳에 이민 온 남미나 아프리카, 인도 사람들은 눈이 싫다고 말한다. 눈길에 운전해본 경험이 없으니 겁이 나고 두렵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눈 내리는 날이면 20년 전 보스턴 지역으로 왔던 추운 겨울이 생각난다. 그 해가 유독 눈이 왔는지는 모르나(한 학기만 지냈기에), 봄이 지난 4월까지 눈이 내려 계속 긴 장화와 두꺼운 점퍼를 입고 다녔으니 이 곳은 참 추운 곳이구나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나도 한번 넓은 미국 땅에서 선진국의 문화를 배워보고 싶은 욕망에서 이 땅에 와 살아가고 있다. 이 곳에서 여러 다른 민족을 만나고, 그들 속에서 생활하는데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산천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요,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리라.
지난번 눈 내린 달밤에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 날 따라 휑그런 둥근 보름달, 유난히 환하게 비추어 길가의 세 마리 노루도 지나가는 나의 차를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스톱 사인에 정차하여 길옆의 쌓인 눈을 보니 달빛에 눈이 녹고 있었고 눈 녹은 물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물은 섭씨 0도(화씨 32도)에서 얼기도 하고, 녹는다고도 배웠다.
나의 조국 남한 정부는 햇볕정책이라 하여 북한에 식량, 의료지원을 수년간 도와주고 있다. 남한에도 지하철 노숙자, 태풍으로 춥게 지내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떤 미국인은 햇볕정책이 여름에는 일사병으로 사상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의 조국의 반쪽인 북한은 아직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지 못해 국교를 맺지 못하고 있다.
이제 시절이 지나 우리는 달빛에도 눈이 녹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이 강대국의 시점으로 생각하는 2008년 북경 올림픽 이전에 타이완을 중국의 일부로 흡수하려는 지금, 우리 남과 북의 위정자들은 이념으로 서로 싸우지 말고 60여 년 정도 헤어져 적으로 살았으니 서로의 가슴을 달빛에 눈 녹듯이 시원하게 녹여 평화스럽게 하나의 코리아로 만들어 후세들에게 멋쟁이 선배들로 기록될 때가 바로 지금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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