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희망 속에 갑신년 새해가 떠올랐다. 여느 해처럼 맞는 새해지만 올해는 유난히 설렘으로 가득하다.
지난해가 이민 100주년으로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센테니얼의 첫 획을 긋는 이정표다. 한 세기의 역사를 자양분으로 삼아, 이민 200주년을 향해 발을 내딛는 해다.
이민 100년의 역정은 50개 주에 흩어져 살고 있는 250만 한인들의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지난해 연방정부가 ‘한인의 날’을 선포한 것은 피와 땀으로 일군 이민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를 한 세기를 정리하는 마무리 보답으로 자족해서는 안 된다. 새 역사를 만들어 웅비하려는 화룡점정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뿐 아니라 해외 동포사회에 귀감이 되도록 마음을 다지자. 또 우리가 힘이 되 줄 수 있는 곳에 흔쾌히 손을 뻗는 아량을 베풀자.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젠 옆도 보고 뒤도 돌아다보자. 우리가 바른 길을 질주해 왔는지, 지금 바른 궤도에 올라 있는지 성찰할 여유를 갖자.
피부색, 출신지, 인종, 언어가 달라도 지금은 같은 땅에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꾸려나가는 이웃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자. 평소 다정한 친구를 대하듯 이들에게도 따스한 우리네 정을 나누자. 이것이 바로 다인종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다.
다른 인종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와 가까이 있는 히스패닉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하자. 특히 우리 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대해주자. 그래서 ‘원더풀 코리안’으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자.
새해엔 한 동아리에서 더불어 지내는 동료들을 인정해주고 밀어주는 큰마음을 갖자. 직장생활에서 상대가 잘되도록 돕는 게 결국 나 자신을 키우는 것임을 깨닫고 당장의 이익을 좇기보다 ‘긴 호흡’에 익숙해지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단체활동에서도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따르는 참 봉사에 충실하자. 국민회관이 잡음을 말끔히 털어 내 뿌리교육의 요람이 되고, 한인회가 불협화음을 조정해 커뮤니티 대표단체로 일신하며, 노인회가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거듭나고, 평통이 공부하는 통일자문기구로 터를 잡아 ‘또 다른 이민 100년’의 원년을 옹골지게 하자.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한국에서도 총선이 치러진다. 바른 지도자를 뽑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커뮤니티 화합에 금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강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킬 호기로 삼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다듬자.
새해엔 미국 경제가 부쩍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 드림의 중요한 부분인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은 우리의 권익 보호에 힘쓰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해가 바뀌었어도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사태, 그리고 북한 핵 문제는 여전히 뜨거울 게 분명하다. 거창한 이슈처럼 보이지만 직접 간접으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른 채 할 수만도 없다. 그러니 현안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동참하는 주인의식을 지녀야 한다.
격변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 안정과 친화를 엮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이민 역사를 일궈온 끈기와 성실함을 커뮤니티 융성의 원동력으로 승화하자. 지난 한 세기가 양적 팽창으로 괄목할만했다면 다가올 한 세기는 질적 성장으로 주목받도록 하자. 이민사의 새 장을 열어간다는 각오로 새해를 맞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