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스포츠팬들은 새해 첫날 로즈보울에서 날아온 낭보로 2004년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USC가 25년만에 다시 대학풋볼 정상에 올라선 것. 비록 BCS(보울챔피언십시리즈) 시스템의 장난(?) 때문에 만장일치 챔피언이 되지는 못하고 BCS 챔피언 LSU와 타이틀을 나눠가져야 했으나 AP 내셔널 챔피언 트로피와 함께 대부분 팬들과 여론이 인정하는 ‘피플스 챔피언(People’s Champions)’이라는 비공식 타이틀도 받게 돼 진정한 챔피언으로 손색이 없는 결과다.
1978년 시즌 UPI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한 뒤 25년 만에 경사. 더구나 쿼터백 맷 라인아트와 와이드 리시버 마이크 윌리엄스 등 올해 내셔널 타이틀을 일궈낸 USC의 주력선수들이 대부분 언더클래스맨(3학년 이하)이어서 USC의 장래는 밝기만 하다. 이미 대부분의 전문가들을 USC가 다음 시즌에도 첫 손 꼽는 우승후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미국내 메이저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제도가 없는 대학풋볼 디비전 I-A는 1997년 시즌이후 6년 만에 다시 ‘한 시즌 두 챔피언’을 배출, 이런 사태를 피하게 위해 도입했던 BCS 제도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BCS란 논란의 여지없는 통합 챔피언을 배출하기 위해 전국의 6개 주요 컨퍼런스가 기존의 4개 메이저 보울게임들과 연합, 정규시즌 후 지정된 보울게임에서 1위와 2위팀이 격돌하는 ‘내셔널 챔피언십게임’을 갖도록 만들어진 제도. 출범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과 잡음을 낳으면서도 첫 5년간은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만장일치 챔피언을 배출해 냈으나 결국 시행 6년 차만에 양대 투표랭킹에서 1위에 오른 팀(USC)을 내셔널 타이틀전에서 빠뜨리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양대 투표랭킹과 컴퓨터 랭킹, 스케줄 난이도 등을 정해진 공식에 의해 수치로 환산, 순위를 매겨 타이틀전에 나갈 2팀을 결정하는 데 컴퓨터의 예측 불허한 요소가 너무 강조되는 바람에 정작 랭킹 1위팀이 타이틀전에 못 나가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것.
이번 일로 BCS제도는 다시 한번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고 어떤 형태로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풀타임 플레이오프제도가 도입되지 않고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완벽한 해답은 기대할 수 없다. 수많은 팬들과 언론들은 오래전부터 대학풋볼도 플레이오프 제도를 통해 진정한 챔피언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는 대학풋볼의 실권을 쥐고 있는 메이저 대학총장들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울게임 측에 의해 제동이 걸려왔고 이번 사태에도 불구, 조만간 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골격은 그대로 두고 양대 투표랭킹 결과에 우위를 두는 쪽으로 수정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플레이오프 제도 도입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견해다. 이번 USC와 LSU 공동 챔피언 등극과 BCS 실패가 이 같은 추세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 동 우
<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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