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분리된 모습 보여줘라”
알콜중독같은 병리현상 불안·현실도피
자녀와 대화 ‘노는것’의 중요함 일깨워
남들보다 적당히 근면 성실한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일에 파묻혀서 헤어날 줄 모르는 일 중독자는 건강을 해치고 스스로의 인성을 돌볼 시간을 잃어버려 감정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가족관계는 물론 전반적인 대인관계에까지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일 중독도 알콜 중독과 같은 병리현상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못 먹고 못 배운 부모 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던 베이비부머들은 이룬 것도 많지만 그만큼 일 중독자도 많다. 문제는 일 중독도 대물림이 된다는 것이다. 물려주고 싶지 않은 유산, 일 중독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연말 대학생인 딸은 성탄 연휴를 맞아 집에 돌아와서는 짧은 겨울방학 동안 줄곧 웨이트리스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크리스마스날도 일하는 날에 포함됐다.
그의 아버지 크리스난 박사(인디애나 거주, 마케팅 교수이자 MBA 프로그램 담당자)는 딸이 자랄 때 풀타임으로 일하며 학위 코스도 밟고 자선단체에도 관여하며 정신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가족들이 자신이 열심히 일한 대가에 만족해하며 행복해할 줄로만 알았던 그는 10대에 이른 딸이 “난 집에서는 항상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아빠 뒤통수만 보면서 자랐어요. 어릴 때는 언제 내게로 와서 말시켜 주고 안아줄까, 가슴 설레며 기다렸지만 아빠는 한번도 내게 다정하게 말을 시키거나 안아준 적이 없어요. 난 아빠의 일 중독에 상처받으며 자란 ‘방목 아동’이라구요”라며 항의할 때 자신이 일 중독이었으며 그로 인해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3년 전 이혼한 그는 이제 20대로 접어든 딸에게 짧은 겨울방학에는 스키도 타고 벽난로 곁에서 잡지도 보면서 느긋하게 지내라고 조언해 보지만 딸에겐 마이동풍이다.
아빠의 일 중독을 보면서 자란 딸은 무의식중에 자신을 벼랑끝까지 내몰며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고 힘겹고 벅찬 강의를 몇 개씩이나 비현실적으로 신청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동시에 스트레스에 자신을 무방비로 내맡기곤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 중독은 성취감과 보상을 즐기는 긍정적인 면도 있기는 하지만 불안이나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일에 숨어버리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해고 당할까봐 불안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일만 하는 직원이나 보상으로 오는 꿀과 당근에 탐욕적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후자에 속한다.
문제는 일 중독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성격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그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모와 같은 일 중독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로 성취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최소한 해야할 것만 겨우 하고 나머지는 즐기는 데만 허비하는 식이다.
일 중독자 상담을 위한 무료 웹사이트를 개설한 애드 맨리(www.Workaholic.org)는 “자녀들이 보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라고 조언하고 있다.
■ 일 중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자신과 가족, 대인관계에서 일과 자신을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직업인 교수가 아닌 아빠, 남편, 친구, 아들 등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일에 지나치게 빠지는 습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눠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신의 생애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자녀와 대화를 나눠본다.
·자녀와 함께 ‘노는 것의 중요성’을 예기해 본다.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