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언어의 억양이나 뜻에서의 미묘한 차이를 우리는 뉘앙스라고 한다. 우리말에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그렇고, 강아지는 틀림없는 개새끼지만 사람들이 화가 나서 ‘개새끼야!’라고 욕하고 싶을 때 ‘강아지야’라고 하고 나면 어쩐지 사랑스러운 감을 줄 수도 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년 간 많은 말을 했고 또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에서 “숭미 외교”까지가 그것이다. “주체사상 외교”라고 해서 보수층의 비위를 거스르기 보다는 “자주 외교”라는 한결 부드러운 이름을 붙인 것이나 “친미 외교”를 “숭미 외교”로 바꾸어 부른 것은 언어의 뉘앙스를 이용하는 본보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제대로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 국어 실력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또 “나는 지난 선거 때 기업인들로부터 돈은 받았지만 상대 후보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고로 내가 상대방 보다 10배나 더 정직하다)” 즉 ‘받은 돈의 액수와 정직성은 역함수관계’라는 ‘노무현 방정식’을 국민 앞 에 내놓은 것은 수학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불행히도 검찰은 끝내 당시의 노 후보 캠프에서 90%는 돌려보내고 10%만 거절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건지 아니면 투자에 앞서 이익금 산출을 꼭 해보는 생리를 가진 기업인들이 노 후보의 당선 확률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캠프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지만 수입이 비례적으로 적게 들어온 건지를 조사하지 않아 진상은 미궁에 빠져 있다.
이런 발언을 미국에서 했더라면 토크쇼 사회자들의 단골메뉴에 올라 난도질당했을 것이 뻔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는 걸 보면 노 대통령은 한국민의 체질에 맞는 민방을 잘 하는 명의와도 같은 정치인이다.
이미 전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상당부분 닦아 놓은 기반 위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식조차 하지 못한 사이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인 결과 노동계는 오래 전에, 근래에는 교육계까지 반미 교육을 시작했다.
최근 친미의 마지막 보루인 외교부까지 수술에 들어간 것은 곧 반미주의 사회개혁이 마지막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석에서 대통령을 폄하했다가 좌천당하는 경찰과 공 사석에서 친미성 발언을 했다가 퇴직 당하는 외교부 장관과 직원들을 보는 시각은 각자가 다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보기에는 혁명과업 수행에 신경조직과도 같은 정보세포 조직이 완성되었다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안 듣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는 시대는 가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경고인 것이다.
옛 글귀처럼 석양에 홀로 서서 저 까마득한 태평양 너머에 시시각각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조국을 바라보고 있는 나그네의 가슴은 진정 어둡기만 하다.
장태정/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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