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항소법원 변호인측 증거 재조사 요청 수락
슈워제네거 이미 집행 승인 파장일듯
1983년 치노의 감옥을 탈주한 직후 인근 주택에 침입,40대부부와 10세딸, 딸의 친구(당시 11세)등 4명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1985년 사형언도를 받았던 사형수 케빈 쿠퍼(46)의 사형집행이 원래 예정됐던 10일 자정 직후(0시1분)에서 극적으로 연기됐다. 제9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9일 변호인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의 샌퀜틴 교도소에서의 사형집행을 무기한 연기하고 케이스를 11인 판사가 다시 심의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마지막 순간에 내려진 이번 연기판결은 사형집행을 앞두고 ‘과연 그가 진범인가’를 두고 다시 비등한 찬반여론 가운데서도 지난주 주 대법원이 쿠버의 DNA 테스트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상고를 기각했고 또 한 연방법원의 판사도 독극물 주입 사형집행 방법이 너무 잔인하다는 반발을 물리친 후 나와 더욱 이례적이다.
또 사형집행을 연기, 또는 사면할 수 있는 권한자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역시 “4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형수의 사형집행을 연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난달 30일 천명했기 때문에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이 앞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케빈 쿠퍼는 체포된 당시부터 사형이 언도되고 지금까지 19년간 사형수로 복역을 하면서도 줄기차게 “사건 현장의 증거는 조작된 것이다”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년 동안 사형집행이 없었던 캘리포니아주에서의 4번째 사형집행 케이스가 되며 특히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이래 첫 케이스로 기록된다.
쿠퍼의 사형집행이 일단 연기되기까지는 8일까지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슈워제네거 주지사에 탄원서를 내고 아울러 LA 연방검찰과 연방 순회항소법원, 또 연방 대법원에도 증거 재조사 등을 요청한 변호사들의 힘이 가장 컸다.
또 재시 잭슨 목사와 배우 덴젤 워싱턴, 션 펜, 마이크 파렐, 루빈 ‘허리케인’ 카터 등이 힘을 합했고 그 외에도 쿠퍼의 사형 평결을 내렸던 배심원 3명도 혈흔과 DNA 재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사형집행 의견에 8일 공개 가세한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시 살해된 피해자가 손에 움켜쥐었던 머리카락이 금발이었는데 그에 관한 DNA 테스트가 간과되었다며 진범이 백인일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또 피해들중 목쪽을 예리한 칼과 도끼에 베이고도 유일하게 생존한 자수아 라이엔(당시 8세)의 “침입자는 여럿이며 그들이 흑인은 아닌 것 같다”는 당시 진술, 또 그 사건 수사관이 1997년 “쿠퍼는 희생양이었다”고 말한 사실도 이번 판결을 끌어내는데 일조했다고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100여명의 사형 반대자들은 8일 슈워제네거의 브랜트우드 자택 근처와 또 오클랜드에서 각각 반대시위를 가졌으며 9일 밤에는 샌퀸틴 교도소 앞에서의 촛불시위를 계획했다.
쿠퍼의 변호인 중 한 명인 래니 J. 주니어와 제시 잭슨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케이스는 사형수의 사면이나 또는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다만 불확실한 증거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하는 케이스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적으로 증거의 재조사를 요구하며 집행연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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