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밀집 지역 고교내
미국태생-조기유학생
타인종보다 더 거리감
친척집에서 밸리의 한 고교에 다니고 있는 조기유학생 김모(16)양은 같은 학교의 한인 2세 학생들이 싫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의 말투와 행동은 느끼하기만 하다. 동족이란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특히 한인 2세들이 자신을 두고 보트 난민을 뜻하는 ‘FOB’(Fresh Out of Boat) 또는 팝 소다처럼 톡톡 튄다는 의미의 ‘POP’이라며 킥킥댈 때는 타인종이 주는 모멸감 보다 더한 상처를 받는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모(18)군은 한국에서 금방 온 학생들끼리 몰려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거부감을 갖는다. 남자가 발목까지 오는 바지를 입는다거나 짙은 원색 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영어 문구가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여학생을 볼 때마다 ‘물 건너온 애들은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SL반에 있는 한인 학생에게 도움을 주려다가 냉정하게 거절당한 뒤에는 될 수 있으면 이들을 피한다.
조기유학생을 포함해 한국에서 갓 온 한인 학생들과 미국에서 태어난 2세 한인 학생들 간의 캠퍼스 갈등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점심 시간등에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상종 조차 꺼리기도 한다. ‘한국파’와 ‘미국파’의 대립이 노골화되면서 때로 폭력사태로 발전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1월28일 그라나다힐스 고교는 한인 2세 여학생을 상대로 주먹을 휘둘렀던 다른 한인 여학생 3명을 정학조치 했다. 앨리 앤더슨 교장은 “한국에서 갓 온 여학생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에게 선배에 대한 예절을 모른다며 폭언 등 부당한 행동을 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사건은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이 빚어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인 교사들에 따르면 갓 미국에 온 학생들과 2세 학생들 간의 충돌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LA고교의 지경희 ESL카운셀러는 “예전부터 두 그룹은 성장환경 차이, 언어장벽, 학업능력 차이 등 때문에 서로 이질감을 느끼고 깊이 사귀려 들지 않는다”며 “갓 이민 학생들의 숫자가 많을 때 2세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실제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라나다힐스 고교의 경우 조기유학생 및 한인들이 선호하는 학교. 전체 재학생의 20%를 차지하는 아시아계의 대부분은 한인들이며, 2∼3년전 미국에 온 한인 재학생 수가 다른 학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한인교사들은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관용과 이해라고 강조한다. 밴나이스고교의 김순진 카운셀러는 “학생들간 노력도 필요하지만 학부모들이 강자가 약자에게 다가가는 관용, 그리고 대화를 통해 차이점 이해하려는 참을성 있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족 청소년 간의 캠퍼스 갈등은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관심있는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경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