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덕<주부>
새해 결심 보따리를 채 풀지도 못했는데 2월이 저 홀로 반갑다고 날라 오더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한다. 다른 달과 달리 날 수도 많지 않아서 가기도 그렇게 빨리 갈 것을 왜 그리 빨리 오는지.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공휴일만 손꼽아 기다렸던 학생 때는 학교 가는 날 수가 적고, 봄 방학까지 끼어 있는 2월이 빨리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지금은 하루가 몇 시간 같이 가버려서 달력 넘기는 게 겁나는데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벌써 가려고 한다. 손님처럼 왔다가 훌쩍 떠나 버린 1월 때문에 가뜩이나 허전한 마음인데 2월 마저 어느새 왔다가 갈 채비를 차리니 허전함에 맥이 풀린다. 예전에 즐겼던, 연민이나 슬픔, 고독 같은 것들을 함께 묶어서 보냈으면 좋으련만 뒤 한번 돌아 보지 않고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아쉬움만 더욱 커진다.
계절은 가면서 좋던 싫던 흔적을 주고 끝내 그것이 아무는 아픔을 견디어내어야 기쁨으로 새로운 날들을 맞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마다 빨라지는 이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 아쉬움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마음 속 깊숙이 시원해질 상쾌한 음악이나 한번 들어 봐야겠다. 산뜻하며, 서정적인 멜로디가 사랑스러운 멘델스존의 음악이 이런 마음을 달래기에는 딱 좋을 듯 싶다. 적당히 감성적이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멘델스죤의 음악은 따뜻하게 마음을 적셔 주는 봄비를 맞는듯하고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 같은 선율이 아름다워 듣기가 좋다.
무겁게 쳐져 있던 마음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라 다니다 살포시 낭만에 젖어 들게 하는 이 음악은 부유한 유태인 은행가의 아들인 그가 유럽을 여행하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감명을 받아 작곡한 교향곡으로 이탈리아란 표제가 붙어있다. 정신이 바짝 나도록 경쾌하고 화려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바이올린들이 지중해의 푸르름과 신선한 공기를 신나게 가르며 달려 나가고, 이어서 들려오는 애조 띤 클라리넷의 음색이 마음껏 감상적 정취를 노래하여 한 없이 낭만에 빠져 들게 한다.
명랑하고 따뜻한 1악장과 가곡풍의 서정성이 짙은 2악장, 아름답고 행복한 춤을 추는 3악장에 이어 경쾌하고 신이 나는 민속무용의 격렬한 클라이막스로 끝나는 4악장까지 멘델스존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집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할 일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활기가 차 올라 온 마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들짝 개어 버릴 찌푸린 하늘 그 자체가 낭만이요, 희망이 된다. 삶이 각박 해 지고, 시간이 촉박해 질수록,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주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게도 하는 음악을 가까이 해야겠다. 이왕 내친김에 봄의 소리 왈츠에 맞추어 저만큼 와 서 있는 봄이나 데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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