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이 감독한 예수 처형 영화인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이 마침내 재(災)의 수요일인 25일을 기해 전 미국 2,000여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된다. 이 영화는 멜 깁슨이 예수를 만나 회개한 후 10여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화제작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죽기까지의 12시간만을 세밀하게 클로즈업, 십자가 고난을 잔혹해 보일 만큼 매우 생생하게 그려냈다. 예수의 고문과 박해가 너무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어서 17세 미만은 부모나 성인의 동반을 요구한다. 저명한 기독교 영화비평 사이트는 “열정이나 피흘림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종교적 장식이나 상징물의 하나로 전락한 십자가를 본래의 참혹한 수난의 자리로 회복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왜 유대인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그토록 항의하는가? 성경 마태복음 27장 25절의 말씀 때문이다. 빌라도는 예수가 왜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빌라도가 “예수가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했을 때, 무지한 유대인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라고 외쳤다. 이 때 빌라도가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할 때 백성들이 일제히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Let his blood be on us and on our children!”)라고 외쳤다. 그러면 유대인들만 예수를 죽인 자였는가?
예수는 왜 십자가에 처형되어야만 했는가? 그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죽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간파해야 한다. 그가 왜 십자가에 돌아가셨는가? 그의 생애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가? 영적인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예수를 죽인 살인자였다.
‘마지막 사무라이’라는 영화에서 일왕과 탐 크루즈와의 마지막 대화는 이런 대사였다. “Tell me how he died.”(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 주시오.) “I will tell you how he lived.”(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하겠습니다.)
사무라이 하면 그들의 책임있는 장렬한 죽음으로 알려져 있다. 삶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기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줄 아는 자들이 사무라이이다. 그래서 일본황제는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당연히 물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죽은 것 보다 그 죽음의 시점까지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이 대화는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 나의 장례 때에 누군가가 “그는 어떻게 죽었느냐”고 물을 때에 우리 아들들이, 그리고 이웃들이 “그는 이렇게 살았습니다”를 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도 어떻게 죽었느냐 보다는 왜 죽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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