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이어 건설·유통까지… 환란이후 최악사태
충남 당진군의 한보철강 야적장이 최근 중국발 원자재난으로 바닥을 드러낸 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진=연합
철강 등 국제 원자재값 폭등에 따른 국내 원자재 파동이 건설과 유통 등 관련 업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원자재난을 겪고 있다.
특히 철근 값이 3개월 만에 톤당 40만원에서 60만원대로 치솟고 재고마저 바닥나 건설현장에서는 공사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고철을 원료로 자동차, 조선,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경인주물공단 내 주물업체의 3분의 1은 원자재 부족으로 아예 조업을 중단했다.
또 캔 등 용기 제조 업체들도 납품가 인상을 요구, 식ㆍ음료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기업은행이 2,06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월중 중소제조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달에 비해 원자재 조달 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28.9%로 지난해 12월(16.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이는 1998년 4월 외환 위기의 영향으로 25.6%를 기록한 이후 최근 6년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7월(11.2%) 이후 6개월간 계속 상승 추세다.
특히 건설업계는 철근과 철골 등 원자재 값 인상과 품귀 현상으로 10개 아파트 사업자 중 4개 꼴로 공사를 일시 멈추는 등 원자재 파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소매상들이 철근 사재기를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정부는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철근에 이어 모래 값도 100% 가까이 인상돼 중소 업체의 경우 공사 차질은 물론 도산 위기에까지 내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공사 현장에 필요한 모래는 인천 옹진군에서 70% 조달해 왔으나 옹진군이 지난달 만료된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연장해 주지 않아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모래가격은 ㎥ 당 7,000원 안팎에서 1만~1만4,0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철강 가격 폭등은 또 중소 업체의 조업 단축은 물론 자동차를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 등의 파장을 낳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철강가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 요인은 제조 원가의 2% 정도”라며 “신기술과 절약공법을 통해 이를 흡수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원자재 파동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캔과 페트병 납품 업체들이 10~20% 납품가 인상을 요구함에 따라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값 인상을 제품에 반영할 경우 참치와 비누 샴푸 등 생활산업 업체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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