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전문가 조언
▶ 올 들어 1,288건 발생… 1992년 이후 최다
▶ 공기로 전파… 감염성 강력, 주변 90% 옮아
▶ 폐렴·뇌염 등 합병증 위험… MMR 백신 필수

2000년 홍역 퇴치를 선포한 미국에서 올해 홍역 확진 판정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니데 주니어 연방 보건장관 때문에 백신 기피자가 늘면서 홍역 발병 억제 노력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역 예방 MMR 백신 모습. [로이터]
이번 주 미국에서 홍역 사례가 심각한 이정표에 도달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9일 발표한 주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지금까지 1,288건의 홍역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그리고 아직 올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버지니아텍 인구보건과학과의 리사 리 교수는 지적했다. 홍역은 감기처럼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CDC에 따르면 한 명이 감염되면 주변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10명 중 9명이 감염된다. 리 교수는“홍역은 우리가 본 질병 중 가장 전염성이 강한 질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고열, 콧물, 기침, 입 안의 흰 반점 등의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납작한 붉은 반점의 특이한 홍역 발진이 뒤따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1주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그러나 홍역은 폐렴, 뇌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어린 아이들, 임신 중인 사람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63년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260만 명이 홍역으로 사망했다.
2000년 미국에서는 홍역이 사실상 박멸된 것으로 간주됐다. 이는 1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전파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린이 백신 접종률의 전국적인 감소로 인해 홍역 발병 사례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JAM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올해 대부분의 사례는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홍역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특히 위협적일 수 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MMR 백신을 접종한다
콜로라도 포트콜린스에서 가정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제니퍼 브룰 박사는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MMR) 2차 접종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는 생후 1215개월 사이 첫 번째 접종을, 그리고 46세 사이 두 번째 접종을 해야 한다. (또는 CDC에 따르면, 부모가 원할 경우 1~12세 어린이에게 수두까지 포함한 MMRV 백신을 접종할 수도 있다.)
MMR 백신을 두 번 맞으면 홍역 예방 효과가 97%에 이르며 매우 효과적이다. 보스턴대학교 글로벌보건 교수 데이비드 하머는 “어린이 질병 예방 백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백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건강보험은 어린이 예방접종을 보장하지만, 보험이 없거나 접종이 어려운 경우 ‘어린이 백신 프로그램(VFC)’을 통해 무료 백신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CDC의 권장 일정에 따라 접종하지 못한 경우에도 언제든 접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코네티컷 어린이병원 감염면역과장 이안 미켈로는 “언제든 접종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CDC의 ‘추가 접종 일정’을 통해 쉽게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MMR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면역력이 불확실한 성인도 나중에 접종할 수 있다. 1957년 이전 출생자는 자연면역이 있다고 간주되지만, 이후 출생자는 백신 접종 기록이 필요하다. 리 교수는 “접종하지 않았거나 부모가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CDC는 성인과 청소년에게 최소 28일 간격으로 1~2회의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해야 하지만, 특히 보건의료 종사자, 대학생, 국제 여행자, 임신하지 않은 가임기 여성 등은 반드시 MMR 접종 기록이 필요하다. 단, 임신 중에는 MMR 백신을 맞을 수 없으며, 수유 중일 때는 접종해도 안전하다. 미켈로는 “가장 위험한 대상은 가장 어린 아이들이지만, 누구든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2. 백신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MMR 백신 2차 접종은 평생 면역을 제공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추가 ‘부스터’ 접종은 필요 없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추가 접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리 교수는 “자신이 백신을 맞았는지, 두 번 접종했는지 확실하지 않다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릴 때 1회만 MMR 백신을 맞았고, 고위험 환경에 있는 성인의 경우 CDC는 2차 접종을 권고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의료 종사자, 국제 여행자, 학생 등이다. 또 1963~1967년 사이 접종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효과가 떨어지는 ‘불활성화 백신’을 맞았을 수 있어 현재 사용 중인 약화 생백신으로 다시 맞아야 한다고 하머 교수는 설명한다.
백신 접종 기록이 없는 경우, 1957년 이후 출생자라면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 유무를 확인할 수 있지만, CDC는 일반적으로 이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건강한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추가 백신을 맞아도 해가 없기 때문에 보통은 그냥 접종을 권장한다.
3. 백신 접종 불가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MMR 백신은 약화된 생백신으로, 대부분에게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임신 중이거나 면역억제 상태 또는 중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이 권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은 홍역 유행 시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생후 12개월 이전의 영아는 MMR 접종 대상이 아니므로 더욱 취약하다.
돌파 감염은 드물지만, 특히 고령자의 경우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룰 박사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감염되면 합병증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약층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거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아픈 사람과 거리를 두며, 자주 표면을 소독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WHO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표면에서 최대 2시간까지 생존하며 공기 중에도 머문다. 홍역이 유행 중인 지역에서는 6~12개월 사이의 영아에게 조기 접종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나중에 다시 두 번 접종해야 하지만, “조기 접종이 과도한 접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미켈로는 설명했다.
또 다른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코쿤 전략(cocooning)’을 권장한다. 이는 위험 대상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여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신생아의 경우, 모든 보호자가 면역이 있거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 교수는 “감염에 취약한 가족이 있는 경우, 당신이 그들을 치명적인 홍역 감염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수도 있다”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백신을 맞아야 한다. 홍역을 집으로 옮기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4. 여행 시 주의한다
MMR 백신을 두 차례 맞았다면, 여행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 홍역 감염 위험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의 홍역 유행은 새로운 문제지만, 홍역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풍토병처럼 존재한다. 하머 교수는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홍역을 전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DC는 비행기, 기차, 지하철, 공항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홍역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여행 전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만약 영아와 함께 여행해야 한다면, 임신 전에 엄마가 MMR 백신을 맞았다면 일정 정도의 면역이 전달되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접종을 고려하라고 권한다. AAP와 CDC 모두 6~11개월 영아가 해외 또는 홍역 유행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MMR 백신을 맞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첫 접종만 마친 유아나 유치원생이 홍역 유행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두 번째 접종을 앞당겨 맞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여행 전에는 방문 지역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켈로는 “홍역이 유행 중인 지역이라면 매우 높은 위험”이라면서도, “홍역은 사실상 어디든 존재하므로 낮은 유행 지역에서도 감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5. 홍역에 노출되었을 때 대처법을 숙지한다
홍역 초기 증상은 발열, 기침, 콧물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리 교수는 “초기 증상은 애매해서 대부분 처음에는 홍역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유의 발진은 노출 후 최대 18일이 지나야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사이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하머 교수는 “발진이 나타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자신이 노출되었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홍역 환자와 접촉했음을 알게 되면(예: 보건당국의 통보 등) 즉시 의사에게 연락하여 대응 방안을 상담해야 한다. 노출 시점에 따라, 의사는 홍역 백신(MMR)이나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약물을 권할 수 있다. 둘 다 중증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며, 영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홍역은 체내의 비타민 A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감염된 아기에게는 비타민 A를 두 차례 투여하기도 한다. 다만 고용량 비타민 A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감독 하에 사용해야 한다. 미켈로는 “비타민 A가 홍역을 예방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예방책으로는 백신이 가장 확실하다.
홍역에 노출되었을 경우, CDC는 어린이집, 병원 같은 고위험 장소를 피하라고 권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기 전 먼저 병원에 연락해서 필요한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리 교수는 “대기실에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냥 병원에 나타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발진이 사라진 후 4일 동안은 격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
by Kathleen Felton>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