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해신·장길산 등 대작 앞두고 고민
▲ ‘영웅시대’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모델로 한 천태산 회장 역을 맡은 차인표(왼쪽), ‘장길산’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유오성.
‘어디 선 굵은 남성 연기자 없나요?’ 방송사들이 잇따라 대작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 애를 태우고 있다. 순정파 꽃미남들이 아기자기한 연기를 선보이며 브라운관을 독점한 사이 굵직한 남성 연기자들이 방송 드라마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KBS 대하사극 ‘이순신’의 경우 7월 방영을 목표로 4월 초부터는 촬영 계획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주인공이 확정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제작진은 당초 이병헌을 캐스팅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본인의 거절로 물 건너 갔다. 뿐만 아니라 ‘정준호 최수종 카드’마저 무산 됐다.
이런 가운데 담당 PD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최민수 캐스팅 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현준 KBS 드라마국장은 “같은 어려움을 먼저 겪어서인지 일본 NHK 경우 대하드라마에 신인을 꼭 쓴다”며 “우리도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거나 인터넷으로 이순신 역을 공모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가 최인호 원작의 ‘해신’도 아직 주인공을 찾지 못했다. ‘해신’의 외주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장동건을 비롯해 톱 스타로 인정 받는 영화 배우들을 접촉하고 있으나 바쁜 일정, 사극 기피 현상에 더해 각 방송사들이 동시에 대작을 준비 중이어서 캐스팅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비하면 SBS, MBC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SBS는 80부작 ‘장길산’의 주인공으로 일찌감치 영화배우 유오성을 길산 아버지 장충 역에 최재성을 캐스팅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장길산 역을 제외하고 8명의 소두령 역을 맡을 남성 연기자들은 아직 찾지 못했다.
7월부터 방영될 대하드라마 ‘토지’의 길상 역도 아직 임자를 찾지 못했다. SBS 측은 이서진에게 길상역을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MBC는 6월초 제작에 들어갈 예정인 ‘영웅시대’에 차인표와 전광렬을 캐스팅 했다. 문제는 올 연말 방영 예정인 사극 ‘신돈’. ‘신돈’의 외주제작을 맡은 삼화 프로덕션 역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성 연기자 품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BS 1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무인시대’는 20대 청년 장군 역을 서인석, 이덕화 같은 50대 연기자들이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의 눈물’을 만든 사극 명장 김재형 PD가 사극 ‘연개소문’에는 주인공으로 탤런트 유동근이 낙점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 굵은 남성 연기자 찾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은 수년간 TV 드라마를 통해 얼굴과 촉촉한 감성을 무기로 삼는 꽃미남 배우들만이 득세했기 때문이다.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를 통해 손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 품이 많이 드는 대작에 신인들이 출연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작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타급 남성 연기자들이 영화계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꽃미남 배우만 양산 하고 있는 방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않는 남성 연기자 ‘기근’은 쉽게 해갈 되지 않을 듯 보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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