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에서의 하이든(墺, 1732-1809)의 인기는 대단했었다고 한다. 하이든의 음악과 영국사람들의 기질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하이든은 고향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룰 수 없었던 엄청난 성공을 영국에서 거두고 여생을 유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신사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격하지도 도에 넘치지도 않으며, 어디까지나 음악의 한계와 절도를 지키고 있다.
보편적이고도 단순 명쾌한 기질은 독일보다는 영국에서 더욱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는데, 아무튼 하이든은 영국에서 그의 교향곡 시대를 마무리지으며 ‘런던 교향곡’등 마지막 12교향곡을 통하여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확고히 굳히게 됐다.
명쾌한 하이든의 작품을 한 곡 듣고 나면 졸음이나 피곤기등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만다. 마치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침의 음악, 하이든의 음악은 오후의 음악에 비유 할 수 있을까. 오후 피곤이 몰려올 때 하이든의 음악을 한 곡 듣고 나면 피곤은 어느새 멀찌감치 달아나 버리곤 한다. 하이든의 음악이 안기는 명쾌성 때문으로, 어려운 부분이 한 군데도 없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고, 명쾌하면서도 고고하고, 고고한가 하면 기품이 서려있는 하이든의 음악은 한마디로 음악의 모든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빠지는 점이 있다고 한다면 심각성이나 철학성 따위를 들 수 있겠는데 이것이 오히려 하이든의 음악이 뇌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이든이 남긴 104편의 교향곡들은 레퍼토리 측면으로 보나 교향곡사에 미친 영향력으로 보나 인류가 남긴 커다란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하이든의 104곡의 교향곡이 베토벤의 9곡의 교향곡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규모의 단촐함을 폄하하고 있으나 이는 편견일 뿐이다.
하이든은 하이든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고, 베토벤은 베토벤 나름대로의 개성이 다르다. 베토벤이 위대한 조각가에 비유할 수 있다면 하이든은 유채화나 수채화가이다. 선의 굵고 강렬한 면에서야 베토벤에 따를 바 못 되지만 선율의 운치는 오히려 맥박처럼, 시냇물처럼 도도하고 자연스럽다.
하이든이 남긴 104 교향곡을 대곡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으나 연주회의 서막을 장식하는 감초의 역할로서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곡도 없다.
하이든은 58세 때 잘로몬의 초청으로 영국 옥스퍼드를 방문, 그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6곡의 교향곡을 발표했다. 그후 2차 방문을 통하여 6곡을 작곡, 12곡을 묶어 잘로몬 교향곡으로 부른다. 잘로몬 교향곡 12곡은 파리에서 작곡한 6곡(82-87번)과 더불어 하이든 최고의 교향곡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하이든의 교향곡들은 알려져 있다시피 대체로 제목(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제목마다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다르고 소재도 평범하다. ‘시계’, ‘기적’, ‘놀람’, ‘드럼 롤(큰북 연타)’, ‘고별’, ‘군대’, 런던등… 평범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교향곡들 중에 하이든의 최후를 장식하는 런던은 단순히 런던에서 작곡했기 때문에 ‘런던’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런던’은 하이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교향곡으로서는 너무도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그의 최후를 장식할 교향곡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이든은 ‘런던 교향곡’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약시켜놓고 있다. 1795년 런던에서 작곡된 이 곡은 ‘군대 교향곡’를 연상시키는 힘찬 선율… 모차르트적인 아름다움, 베토벤적인 중후함… 그리고 특유의 밝고 경쾌함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잘로몬 교향곡’의 큰 형님에 해당하는 곡으로써 첫 소절의 장엄한 단음의 울려퍼짐에서부터 하이든의 다른 작품에서는 엿볼 수 없는 기개가 서려있다.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을 닮은 용기가 똘똘 뭉쳐 있는 이 곡은 곧 다가올 베토벤의 시대를 예고하는 듯한 예지가 움트고 있다. 그러나 하이든은 어디까지나 하이든. 1악장이 지나고 나면 2악장부터 모남 없고 자유로운 하이든의 특성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3악장 미뉴엣트를 거쳐 4악장에서는 가장 하이든다운 모습이 펼쳐진다. 하이든(교향곡)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4악장. 하이든 교향곡의 4악장들은 모두 놀라운 재치가 가득 차 있는데 특히 런던의 4악장은 따라올 작품이 없다. 이 곡은 음악이라기보다는 바람이다. 하나의 음악이 이처럼 통쾌하고 시원스럽기는 하이든의 작품이 유일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민요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몰아닥치는 현의 앙상블이야말로 망망대해에 펼쳐진 희망의 돛이라 할까, 넘치는 환희로 가득 차 있다. (연주시간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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