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나는 지인 들에게서 신혼 재미가 어떠냐는 물음을 받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의례적인 인사이겠으나 약간의 놀림이 곁들인 의미 있는 질문이지요. 신랑 신부를 호명하며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하는 보통 축사가 아니고, ‘흰머리가 검은머리 새로 날 때까지...’라고 해야 어울리는 겉모습의 한 쌍이었으니 흥미의 대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자연스런 만남에서 로맨틱한 교제로, 그리고 사랑의 고백까지 일반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정상적인 연인의 과정을 보냈어요. (가끔 쑥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드디어 ‘굴뚝에 연기’가 나니까 주변에서 염려와 격려의 상반된 반응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싱글 라이프의 편안함을 유지하느냐, 책임과 구속의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를 택일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된 거지요.
옛날 같으면 ‘고려장’감인 나이에 주책일 사건인데도 긍정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변화된 세태의 진보한 의식 수준 탓일까요. 외롭게 살 이유가 없다 더 늦기 전에-이미 늦었지만-행복을 향유하라는 거였어요.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백지장도 맞들면 쉽다’는 속담이, 적극적인 권고의 질리(?)였는데 부정할 수 없었지요. 아마도 남겨진 날의 많지 않음이 의식된 까닭인 듯 합니다.
자식들에게 해주었던 행사를, 스스로를 위해 준비하는 어색함 때문에 ‘집안 결혼’인척 우물거리며 하던 주문을, 나중에는 ‘우리 결혼’이라고 얼굴 두껍게 말 할 용기로까지 발전했지요. 흔히 일터에서 Experience를 중요시하는 이유를 실습하며 터득한 셈입니다. “자식들이 부모님 결혼을 축하드리면서...” 어머니 결혼에 비행기 타고 날아온 아들이, 연회석에서 가족 대표로 하는 인사말에 하객들의 폭소가 터졌지요. 정말 세상 많이 달라졌어요. 가족 상견과 서열 점호의 뒤풀이도 잔치 날 다운 흥겨움 가운데 마무리하고 우리의 후반기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생산과 양육의 의무가 없고 가사의 역할 분담이 강요되지 않는 시점이어서 스릴과 긴장이 덜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홀로 서기’의 오랜 패턴이, 갑작스런 바뀜으로 인해 겪게 되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가지씩 생각하며 움직이려고 합니다. 타고남은 군불 아궁이의 여열을 쪼이듯, 화롯불 뒤적이며 남은 불씨 살리듯, 잔잔한 위로를 주고받으며 현재에 걸맞는 소박한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요.
부족한 대로 서로의 필요를 보완하고 앤돌핀의 소재를 창출하면서, 담담하고 편한 자세로 오늘을 채워 가렵니다. 소홀했던 베품을 기쁘게 나누며, 개성이 다른 창조물의 서툰 조화에 익숙하도록 서로 노력해야겠지요. 노년의 부족한 기능을 정신 연령으로 커버하면서, 느끼고 반응하는 정서와 판단 능력이 건재할 동안 무리 없는 새 삶을 꾸려 갈 것입니다. 감사와 열린 마음으로 행복을 즐기렵니다.
이인숙
▲재미 수필문학가협회 회원
▲미주 크리스찬 문인협회 회원
▲미주 시조시인협회 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