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을 놓고 한인 사회도 시끄럽다.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말실수를 트집잡거나 코드인사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코드 인사 때문에 탄핵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코드인사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
어느 나라이든지 권력 이동과정에서 새로운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 이념을 실험하기 위해 자기의 정치 색에 맞는 사람들을 중용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했으며 미국에는 카터의 조지아 사단이나 클린턴의 아칸소 사단이 있었고 지금 부시 정권 하에서는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이 권력 주변에 포진해있다.
여러 분야에서 코드라는 말이 유행하던 차에 노무현의 인사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뿐이지 코드 인사란 실체가 없는 단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동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에 굳이 노무현 정권에서만 시비가 되기에 언론이나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1년여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성적을 보면 대선 전에 그를 지지했던 진보진영이 섭섭함을 가져야 할 정책들이 오히려 많았다. 이라크 파병, 방미 시 친미발언, 집시법의 개정, 개혁적 관료보다는 안정적 관료의 등용 등이 그것이다, 이번 탄핵정국에서 민노당 같은 진보세력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이러한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은 핵심지지 층의 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사회를 보수적으로 끌어안으려고 노력했다. 심지어는 얼마 전 나는 더 이상 재야변호사 노무현이 아니라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재야적 사고를 벗어나고 있음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드인사를 문제삼는다는 것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새워놓고 구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겠다는 생각의 다름 아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 반대세력을 포용하는 것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일제에 부역한 세력이나 군사 정권 하에서 축재하고 탄압하던 기득권자들을 핵심 지위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석상을 만들어 놓고 절을 해야만 우상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에 있는 엄청난 편견들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우상의 어둠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편견 속에서 나와 미국의 합리성을 배워나가며 그것을 우리 고국에 가르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때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고국을 위해 함께 고민하며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 김/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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